산업은행법 개정안에 고준위특별법도 표류…법안 폐기될 판
여야 쟁점 법안 협의 '기싸움'
거대야당, 주요 법안 추진 압박
민주당 신경전 속 '산은법 개정' 미지수
고준위특별법은 막판 협의 기대감
4·10 총선 이후 힘겨루기에 들어간 여야가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쟁점 법안을 두고도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의사일정 합의는커녕 양측의 중점 추진 법안에 견해차를 드러내면서 '산업은행법 개정안' 등 주요 법안들이 폐기 위기에 직면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21대 국회 남은 일정과 주요 쟁점법안 처리 여부 등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각종 쟁점 안건 관련 논의를 시도했지만, 극명한 견해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원내대표는 세부 안건 협상 여부에 대해 "저쪽(국민의힘)의 기본 입장은 여러분이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을 아꼈다. 윤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이 쟁점 안건 처리를 강행할 경우 본회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본회의에 이미 올라가 있거나 직회부한 법안들을 21대 마지막 국회인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각종 쟁점 법안의 재추진을 예고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오는 29일 정례 오찬 회동을 비롯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처리해야 할 주요 법안들은 산적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국정과제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처분을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처리가 절실하다. 산은법 개정에 대해선 국민의힘은 찬성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부정적이다. 산은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산업은행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야당이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21대 국회 내 처리는 더욱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적인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법 개정에서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이번 국회 내 처리가 불발될 경우, 22대 국회에서 관련법 재발의를 거친 뒤 또다시 여야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 이 경우, 산은 부산 이전은 무기한 연기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고준위 특별법에 대해선 여야가 공감대를 어느 정도 쌓은 상태다. 이 법안은 현재 임시저장소에 저장 중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처분을 위한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별법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마련의 근거를 담는다. 부지 선정과 함께 이를 전반적으로 담당하는 조직 설립, 유치 지역 지원 방안 등도 포함된다. 정부와 여당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중간저장시설과 최종 처분시설 확보 시점 모두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최종 처분시설 확보 시점만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최근 야당이 입장을 선회해 법안 처리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협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민주당은 신규 원전 건설 유무와 무관하게 기존 원전을 가동할 경우 발생하는 고준위 방폐물 처리를 위해서라도 관련법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아 막판 합의는 미지수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