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노인의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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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그동안 노인과 관련된 정책을 연구하면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특성을 가진 분들을 만났다. 저소득층에서부터 고소득층까지 모든 사람들의 삶이 그러하듯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누구나 할 것 없이 저마다의 아픔과 가슴속 한구석에는 허전함을 가지고 있었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의료기술의 발달은 노년기를 더욱 길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노년기의 긴 시간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노인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살고 싶고, 예전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세상의 혜택을 누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각 개인의 바람이 모아져 그것이 하나의 큰 조직으로 만들어질 때 결국 그것은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최근 일본 영화 ‘플랜75’를 봤다. 영화 속 노인들은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생계에 보탬이 되는 월급을 받으며,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옛날 노래를 부르면서 함께 오래 살아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사회는 그런 노인들마저 부담이 되자 75세 이상의 신청자에 한해 안락사를 유도하는 정책을 만들었다. 신청자에게 해당 기관에서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상담사를 지정해주고, 얼마간의 돈을 주며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준 뒤 안락사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안락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노인들이 삶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담담하게 지금껏 살아온 이야기를 상담사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 대목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온 것이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사회를 위해 열심히 어려운 시기를 버텨왔던 주인공들이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나라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노년기에 접어든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전쟁 시기를 거치고, 경제발전 시기의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묵묵히 지탱해온 세대이며,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발전의 초석이 돼 왔던 분들임에 틀림이 없다.

노인이란 큰 인구 집단으로 봤을 때는 물론 향후 사회적인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에게 시간이 남아있다. 이들을 그저 우리 사회의 부담이 되는 존재가 아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경륜과 경험을 사회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러한 것을 통해 노인이란 인구 집단이 지금처럼 사회적 부담만 되는 존재만은 아닐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힘들었던 시기를 묵묵히 지켜온 그들의 삶의 노정에 경의를 표하며, 노인 개개인이 앞으로 더욱 활기차고 만족하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지금까지 어려운 시기를 잘 살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그들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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