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번호 1’로만 독주회 “초심 찾자는 의미”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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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박정희 피아노 리사이틀
슈만·아베크·브람스 곡 등 연주
네 작곡가 스타일 비교도 관심

피아니스트 박정희 동아대 교수. 아트뱅크코레아 제공 피아니스트 박정희 동아대 교수. 아트뱅크코레아 제공

클래식 작품번호엔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악보가 출판된 순서에 따라’ 번호를 매기지만, 나중에 쓴 곡이 먼저 출판되는 경우엔 선후가 바뀌기도 한다. 라틴어로 ‘작품’이란 말인 오푸스(Opus)의 약자를 써서 ‘Op.1’ 또는 ‘Op.2’ 같은 번호를 붙인다. 작곡가에 따라서 ‘Op.번호’가 아닌, ‘WoO.번호’를 쓰기도 하고, 모차르트처럼 ‘쾨헬 번호(K. 또는 K.V.)’, 바흐 작품번호 ‘BWV.’, 슈베르트 작품번호 ‘도이치 번호(D.)’, 헨델 작품번호 ‘HWV’, 하이든 작품번호 ‘호보켄 번호(Hob.)’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동아대 음악대학 부교수로 있는 피아니스트 박정희가 오는 17일 ‘작품번호 1’로 된, 피아노 곡만 모아서 독주회를 연다. 이번 독주회 부제는 ‘Opus 1’로, 부산에서는 잘 연주하지 않는 곡들로 구성돼 그의 피아니즘을 잘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 교수는 “부산에 정착한 지 10년을 맞은 지난해 ‘헌정’을 주제로 리사이틀을 열면서 대곡을 소화했다면, 올해는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작곡가들의 피아노 첫 작품(Opus 1), 젊은 시절 곡만 모아서 연주한다”면서 “초심을 찾자는 의미도 담았다”고 밝혔다. 물론 1번을 달고 있다고 해서 진짜 처음으로 만들어진 곡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그렇다.

박 교수가 이번에 선보일 프로그램은 △슈만 아베크 변주곡, 작품번호 1 △알반 베르크 피아노 소나타, 작품번호 1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제1번, 작품번호 1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제1번 다장조, 작품번호 1이다. 일단 ‘Op.1’로 추리고, 그다음 피아노곡으로 솔로 연주가 가능한 곡을 솎았고, 그중 관심 가는 작곡가 작품으로 정했다. 그로선 전부 처음 연주하는 곡이다.

특히 쇤베르크의 제자로 12음 기법을 연구한 작곡가 베르크 작품은 작품번호가 붙은 베르크 유일의 피아노 소나타이다. 아베크 변주곡은 슈만이 세상에 내놓은 최초의 작품으로, 청년다운 신선한 피아니즘을 보여준다. 프로코피예프는 전 생애를 통해 9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남겼으며, 이 중 1번은 러시아 감성과 서정성을 표현한다. 브람스 곡은 그가 스무 살이 되던 1853년 완성한 4악장 구성의 소나타인데, 완벽성을 추구한 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브람스는 피아노 소나타 제2번 올림바단조를 1852년 작곡했지만, 완성도 높은 제1번 소나타를 먼저 세상에 내놓았다.

박 교수는 “네 명의 각각 다른 곡 스타일을 감상하는 것도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석사학위, 론지 음악원에서 전문 연주자 과정, 보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정희 피아노 리사이틀-Opus 1=17일 오후 7시 30분 금정문화회관 은빛샘홀. 전석 3만 원(학생 50% 할인). 공연 문의 051-442-1941.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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