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그림에 ‘웃음’… 축제로 푸는 층간소음·흡연 갈등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개금아이파크서 9일 전시회
주민 갈등 사안 관련 공모작 받아
화합 축제도 열어 1000여 명 참석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개금아이파크 주민이 그린 포스터. 개금아이파크 제공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개금아이파크 주민이 그린 포스터. 개금아이파크 제공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개금아이파크 주민이 그린 포스터. 개금아이파크 제공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개금아이파크 주민이 그린 포스터. 개금아이파크 제공

#1. 한 아이가 ‘사과’ 바구니를 아랫집에 사는 할머니에게 건넨다. 그 옆에는 ‘동생이 공놀이를 하고 싶다더니 계속 쿵쿵거린다’며 ‘최대한 조용히 할게요. 죄송해요’라고 적은 종이가 있다. 이러한 그림과 편지를 담은 포스터에는 ‘미안하다는 말, 어렵지 않아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2. 눈물을 흘리는 아이가 무지개색 토사물을 내뱉고 있다. 한 여성은 ‘응애’라고 우는 아기를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바닥 곳곳에는 빨간 불씨가 남은 담배꽁초들이 널브러져 있다. 이 포스터에 적은 문구는 ‘타들어 가는 우리 폐, 담배꽁초는 쓰레기통에’였다.

부산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간접흡연, 반려견 에티켓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작품을 한자리에 전시하는 행사가 열렸다. 주민인 아이들이 대거 참여해 평소 문제라고 느낀 점을 포스터와 표어 등으로 표현했다. 공연과 음식을 곁들인 축제도 함께 진행했다. 서로를 이해하며 갈등을 최대한 줄이면서 화합을 다지자는 취지다.

지난 9일 열린 ‘행복한 개금아이파크 만들기 공모작 전시회와 주민 화합 축제’. 개금아이파크 제공 지난 9일 열린 ‘행복한 개금아이파크 만들기 공모작 전시회와 주민 화합 축제’. 개금아이파크 제공

지난 9일 열린 ‘행복한 개금아이파크 만들기 공모작 전시회와 주민 화합 축제’. 개금아이파크 제공 지난 9일 열린 ‘행복한 개금아이파크 만들기 공모작 전시회와 주민 화합 축제’. 개금아이파크 제공

부산진구 개금동 개금아이파크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9일 ‘행복한 개금아이파크 만들기 공모작 전시회와 주민 화합 축제’를 진행했다. 공모로 모은 포스터, 표어, 시 등 작품 85점을 정문 배드민턴장에 공개했다. 주민들은 닭강정과 순대뿐 아니라 떡과 생수 등 다양한 음식을 즐겼고, 초청 가수 공연과 입주민 색소폰 연주에 박수를 보냈다. 전시회 겸 축제에는 주민과 경비원, 관리사무소 직원 등 1000명 이상이 참가했다.

많은 주민은 전시회 작품을 진지하게 바라봤다. 아이들이 만든 포스터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툴러도 정성스레 표현한 그림 위아래엔 ‘나에게 반려견, 다른 사람에겐 맹견’ ‘내가 하면 노래자랑, 남이 들으면 소음 천국’ 같은 문구가 담겼다.

표어나 ‘N행시’도 눈길을 끌었다. 한 주민은 ‘개금아이파크’로 ‘개티켓을 지키자 /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자 / 아름다운 우리 동네를 만들자 / 이웃을 사랑하자! / 파릇파릇 피어날 / 크고 훌륭해질 우리 아이들을 위하여’라는 6행시를 선보였다. 다른 주민은 ‘윗집의 작은 배려, 아랫집의 큰 행복’이란 문구가 담긴 표어를 만들었다.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개금아이파크 주민이 만든 6행시. 개금아이파크 제공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개금아이파크 주민이 만든 6행시. 개금아이파크 제공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개금아이파크 주민이 만든 4행시. 개금아이파크 제공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개금아이파크 주민이 만든 4행시. 개금아이파크 제공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전국 아파트 곳곳에서 다양한 갈등이 지속되는 세태를 고려해 행사를 추진했다. 주민 갈등을 줄일 방안을 찾고, 다양한 문제를 알리면서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전시회와 축제를 기획했다.

개금아이파크 남명충 관리사무소장은 “층간 소음, 간접흡연, 반려견 에티켓 문제를 주민에게 알리면서 서로를 이해하며 화합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싸움이나 중재할 일을 줄이기 위해 공모전과 축제를 준비했고,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아이들이 좋아할 간식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시회 작품을 본 어른들이 ‘아이들이 이런 생각도 하네’ ‘우리도 조심해야겠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며 “입주민이 갈등을 줄이면서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됐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