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팬 6만 명 홀린 ‘부산국제연극제’… 지역성 확보는 과제로
BIPAF, 열흘간 일정 끝 마무리
완성도 높은 해외 초청작 호평
지역 연극 소개 부족은 아쉬워
올해로 제21회를 맞은 부산국제연극제(BIPAF)가 열흘간 이어진 공연 끝에 화려한 축제의 막을 내렸다. 해외진출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연극을 해외에 알릴 수 있게 된 점은 큰 성과였지만, 지역 연극 활성화 방법을 위한 고민이 과제로 남았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제21회 부산국제연극제’는 지난 2일 폐막작 공연을 끝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과 남구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14개국 50개의 작품이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났다. 초청 공연, 글로벌 프로그램, 10분연극제, 다이나믹스트릿 등 다양한 형식의 공연이 관객을 찾았다.
올해 열린 국제연극제는 해외의 경쟁력 있는 작품 초청, 관객 수 증가 면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의 경우 11개국 41개 작품이 부산을 찾았지만 올해는 참여 국가가 더 다양해지고, 작품 수도 늘었다. 관객 수 역시 올해 6만 3000여 명으로 지난해 6만 명 수준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개막작 ‘모비딕’과 폐막작 ‘맥베투’를 포함해 완성도 높은 해외 초청작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흰고래를 추적하는 에이허브 선장의 이야기를 풀어낸 연극 ‘모비딕’은, 배우들이 직접 인형 50개를 조종해 다양한 장면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원근법과 컴퓨터 그래픽 등을 절묘하게 활용한 무대는 공연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관객에게 ‘보는 맛’을 선사했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재해석한 연극 ‘맥베투’를 포함해 △‘부재 불균형 균형’ △‘자비’ △‘인사이더’ 등 해외 초청작 5편은, 모두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으로 작품성과 신선함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부산국제연극제가 공을 들인 ‘글로벌 프로그램’은 국내 연극이 해외로 진출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프로그램에서는 89개의 단체 중 예선을 통과한 5개 단체가 직접 부산을 찾아 경연을 벌였다. 기존의 무대 형식에서 벗어나 무대와 연극, 현실에 대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연극 ‘메이드 인 코리아’를 포함해 △‘4후’ △‘8음’ △‘티핑포인트’ △‘제(祭)_타오르는 삶’이 관객과 만났다.
심사단의 평가를 거쳐 후댄스컴퍼니의 ‘4후’가 ‘고마나루국제연극제’ 초청작(상금 1000만 원)으로 선정됐고 99아트컴퍼니의 ‘제(祭)_타오르는 삶’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파브리카 유로파 페스티벌’ 초청작(상금 2000만 원)으로 꼽혔다. 다이나믹스트릿 부문에서는 서남재 아티스트의 ‘폴로세움’이 대상(상금 500만 원)을, 홍콩 아티스트인 Laiyee의 ‘The Flow’가 금상(상금 300만 원)을 수상했다.
제21회 부산국제연극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연극제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성과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글로벌프로그램 본선 경쟁팀 중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공연 단체는 없었다. 앞서 부산국제연극제 측은 지역 공연단체의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 지원금을 제공하는 ‘지역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관련 프로그램도 사라진 상태다. 이 때문에 지역 연극계에서는 경연 프로그램의 참여 기회를 늘리거나 주목받는 부산 연극을 소개하는 특별 프로그램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문홍 연극평론가는 “개막작과 폐막작은 연극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올해 개·폐막작은 역대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작품이 초청됐고 글로벌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품들도 좋았다”며 “부산에서 열리는 연극제인만큼 부산 작품을 더 조명하면서도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다양한 국가의 연극을 편성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