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놓고 충돌…여당 “당연한 대응” 야당 “긴장 고조”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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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부의 강 대 강 대응은 국지전까지 비화할 수 있는 긴장도 높이는 행위”
국민의힘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민주당, 안보를 ‘정쟁의 장’으로 끌어들여”

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모 유치원 앞에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잔해가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모 유치원 앞에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잔해가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여야 정치권이 북한 ‘대남 오물 풍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놓고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강 대 강으로 치달아서 국지전까지” 갈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4성 장군 출신인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지금 브레이크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강 대 강으로 계속 치달아서 나중에는 국지전까지 가지 않을까 하는 아주 깊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오물 대신 생화학 무기를 풍선에 담을 가능성’에 대해 “만약 생화학 무기를 하면 진짜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북한이 정상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둬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선 “북한이 거기에 대응 조치 방법을 개발했다”면서 “대남방속을 자기들 막사 주변으로 방향을 전환하기도 하고 소초별로 야외 확성기를 틀어서 우리 방송을 북한 군인들이 못 듣게”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오물 풍선에 윤석열 정부가 확성기 맞대응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했다”면서 “정부의 강 대 강 대응은 국지전까지 비화할 수 있는 긴장도를 높이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고 최고위원은 “확성기 방송 재개는 남북관계발전법을 위배한 것”이라며 “지지율 위기에 빠진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철 지난 남북 대결로 이슈 전환을 꾀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오물풍선은 일종의 테러”라면서 “북한에 대해서 우리가 맞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북한을 능가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보유해야 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북한은 현재 세계 3위 수준의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혹시나 그(오물 풍선) 속에 어떤 물질이 들어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과거 문재인 정부 때처럼 소극적으로 대하는 것은 국민들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호준석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까지 재개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언급한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 대변인은 “민주당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를 두고 ‘국면전환용’이라며 비난을 퍼붓는 데만 혈안”이라며 “안보를 ‘정쟁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비정한 공세를 멈추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9일 SNS를 통해 “풍선에 매달린 물체가 오물인지 생화학무기인지 열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우리의 국방은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는 원시적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북한의 풍선이 전국 곳곳까지 와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는 게 우리의 한심한 국방”이라며 “대북 확성기 재개는 별개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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