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체험학습 때 안전요원 배치 매뉴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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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구덕초등 교사

교사라면 누구나 실현하고 싶은 교육활동이 하나씩 있을 것이다. 초임 시절, 온갖 계획서를 써서 예산을 따낸 후 숨겨진 역사적 장소를 찾아 부산을 함께 즐겼다. 얼마 전 한 학생으로부터 ‘선생님, 그때 거리에서 태극기 흔들면서 부산진일신여학교 지나갔던 거 기억나세요’라는 문자를 받았다. 시간이 꽤 많이 흘렀지만, 아이들에겐 그날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듯했다.

2022년 현장체험학습을 간 한 초등학생이 주차 중인 학생 수송 버스 후미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였음에도 인솔 교사 2명은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체험학습을 기획해서 약 30명을 혼자 인솔했던 행동은 어쩌면 다시는 교실에서 제자들을 지도하지 못할 뻔한 행동이었다. 올해 6월 중순에 예정된 2박 3일 서울 수학여행 역시 지금의 조건으로는 하나뿐인 공무원증을 걸고 떠나는 것과 같다.

교사들은 두렵다. 체험학습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자니 가고는 싶지만, 사고 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인솔 교사에게 모두 책임이 전가되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사고 예방을 위해 한 달 전부터 사전교육을 수없이 하더라도 돌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연한 ‘사고’의 책임은 역설적으로 안전교육을 끝까지 반복했던 담임에게 화살이 돼 돌아온다.

교육공동체 모두가 안심하고 체험학습을 떠나려면 어떤 조건이 마련되어야 할까? 첫째, 교사의 중과실이 없다면 현장체험학습 민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 이때 중과실 요건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청이 채용한 검증된 외부 안전요원을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일정 학생 수 이상 외부 안전요원 배치 의무화 등의 매뉴얼이 절실하다.

대한민국은 결과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취지가 선하더라도 결과가 조금만 어긋나면 가장 약한 사람부터 돌팔매질 당한다. 불가항력적인 사고의 책임자를 처벌하기 전 안전 사고 예방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먼저다. 교사들이 책임 소재에 대한 걱정 없이 학생들을 위한 교육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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