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도 대남 확성기 설치 포착"… 남북 ‘확성기 전쟁’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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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새 대응 목격할 것"
도발 수위 높여 긴장감 고조 의도
남북 관계 ‘강 대 강 대결’ 치달아
한미연합, 핵협의그룹 긴급 회의
대남 오물 풍선 1600개 이상 추정

10일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마을에서 북한 주민들이 제방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마을에서 북한 주민들이 제방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하자 북한이 이에 맞서 ‘새로운 방식의 대응’을 언급하는 등 남북 관계가 강 대 강 대결로 치닫고 있다. 특히 북한이 전방지역에 대남 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는 동향이 포착돼 우리 군이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9일 밤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새로운 대응’의 구체적인 방식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도발 수위를 높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통일부는 10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의 정당한 대응을 도발의 명분으로 삼는 오판을 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연합전력도 긴급히 움직였다. 한미는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3차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열고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와 이에 대응한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단호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체인 NCG는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출범했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밤부터 10일 아침까지 북한이 살포한 대남 오물 풍선이 310여 개라고 밝혔다. 북한이 최근 네 차례에 걸쳐 살포한 대남 오물 풍선은 총 160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합참 관계자는 다만 “현재 북한의 추가 풍선 부양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군은 이날 대북 확성기를 가동하지 않았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전략적, 작전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며 “장비의 휴식 등도 고려해야 하고 또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필요한 시간만큼, 필요한 시간대에 작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이 ‘융통성 있는 작전’을 언급한 것은 확성기를 언제든 가동할 수 있는 태세는 갖추고 있지만, 실제 가동 여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북한군에서 별도의 담화나 성명이 나오지 않았고, 이날 오후까지 추가 풍선 살포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 자리잡고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이날 출국한 것도 확성기 가동을 보류한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순방 기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크게 높아지는 것은 피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합참은 “북한이 전방지역에 대남 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는 동향이 식별됐다”며 “현재까지 대남 방송은 없었지만, 우리 군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최소 30여 곳에 달하는 대남 확성기를 없앤 바 있다. 북한도 대남 방송을 다시 시작한다면 남북이 동시에 확성기를 통해 심리전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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