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요양병원 화장실 창문으로 치매 환자 추락사
지난 9일 11층서 떨어져
창문에 안전 장치는 없어
부산 한 요양병원에서 80대 치매환자가 화장실 창문으로 추락해 숨졌다. 유족은 사고 이후까지 병원이 7시간 넘게 환자 행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창문에는 추락 방지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는데, 관련 규정이 미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9일 오후 3시 50분께 부산진구 한 A 요양병원에서 80대 치매환자 B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11층 병실 화장실에서 창문을 통해 밖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부검 결과 B 씨는 이날 오후 2시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은 치매환자인 B 씨가 최소 7시간 이상 방치된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사고가 난 후에도 오히려 병원에서 B 씨 행방을 묻는 전화가 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B 씨 아들은 “업무 일지를 받았는데 병원 측은 오전 8시 반부터 아버지 행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사망 추정 시간이 오후 2시께인데, 병원에서는 그날 오후 3시가 넘어 혹시 아버지가 어디 갔는지 아느냐는 전화가 왔다”고 황당해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황에 점심쯤 식판을 올려놨다는데, 오후 4시께 돌아가신 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B 씨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화장실 창문에는 추락 방지 시설 등 안전장치도 없었다. 밀어서 여는 여닫이 창문에 방충망만 설치됐다. 치매환자가 있어도 요양병원 창문에 안전장치 설치를 강제하거나 의무화할 규정은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요양병원을 포함한 고층 건물 창문에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측은 “피난 시설과 연계된 창문에 방범창 등을 설치를 못 하게 하는 규정은 있어도 나머지 창문에 안전장치를 강제할 순 없다”고 밝혔다.
A 요양병원 측은 사고에 유감을 표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 요양병원 관계자는 “화장실 창문이 열리는 너비가 보통 사람이 쉽게 통과할 수 있을 만큼 넓진 않다”며 “왜소한 환자도 안전할 수 있도록 창문인 열리는 공간을 좁히는 방안 등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계시던 환자가 숨져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환자가 복도 등을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장시간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부분에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B 씨가 사망하게 된 명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 씨를 부검한 결과 몸싸움을 벌인 흔적 등은 없었다”며 “추락하게 된 원인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