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유근 KB 코스메틱 대표 “화장품 불모지에서 100년 기업 꿈꾼다”
고령토 기능에 주목…2005년 벤처기업 창업
기능성 화장품 제조…국내 7번째 GMP 인증
세계 10여개 국 수출 “명품 화장품 기업 도약”
“로레알·랑콤·샤넬처럼 오랜 기간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는 명품 화장품 기업으로 남고 싶습니다.”
올해로 문을 연 지 20년 된 진주의 화장품 제조기업 KB 코스메틱 김유근 대표의 바람이다. 화장품 제조업체 불모지였던 경남 진주시에 기업을 세우고 우수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납품하고 있는 김 대표는 이제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가 화장품 기업을 설립하겠다고 뜻을 세운 건 2003년이다. 당시 황토팩이 인기를 끌었는데, 우연히 경남 산청군에 백토(고령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당시 백토는 대부분 일본에 수출됐는데, 일본에서 화장품 등으로 가공된 뒤 다시 국내에 되팔리는 구조였다. 김 대표는 순수 국내산 백토 화장품과 위장약을 개발하기 위해 당시 경상국립대(당시 경상대) 창업보육센터에 연구소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전공분야도 아니었고 열정과 아이디어로 시작한 일이었다. 사무실을 연 뒤 부산식약청 도움을 받아 제품을 만들었고 2005년 말 제조업 허가를 받았고, 전문성을 갖추려고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벤처기업으로서 당장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미개척 분야다 보니 고령토를 화장품 원료로 만드는 과정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시행착오 끝에 기능성 백토팩을 출시했지만 이번에는 판로가 발목을 잡았다. 벤처기업 제품을 써주는 곳이 없었다. 김 대표는 홈쇼핑 문을 계속 두드렸지만 모두 거절 당했다.
폐업 위기까지 내몰린 후 다시 기회가 찾아옸다. 지인 권유로 서울서 열리는 박람회에 부스를 열었는데 7000여만 원 규모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박람회로 눈을 돌린 김 대표는 2007년 사업에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베트남에서 열린 의료기기 박람회에 참가했는데 당시에는 치료용 화장품이 많이 없어 기업들의 관심이 쏠렸다. 출시된 재생화장품은 없었지만 기술력은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총 7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당시만 해도 미백이나 진정 등 시술 후처치 피부치료용 화장품이 없었기 때문에 큰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해 보자 하고 진주바이오진흥원에 입주했고 이때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또 하나 KB 코스메틱에 날개를 달아준 건 까다롭기로 소문난 ‘GMP 인증’ 획득이다.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았는데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 중 7번째, 충남 이남에서는 첫 사례다. GMP 인증 후에는 유럽과 중국, 동남아 국가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수출에서 K-컬쳐, K-뷰티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반 수출길이 막히면서 위기가 왔지만 무사히 넘겼습니다. 베트남 등 주요 수출국이 봉쇄를 빨리 풀었고, 때마침 출시한 신제품도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의약외품인 손소독제를 만들었고, 반려동물 피부병 치료를 위한 동물의약품도 출시해 피해를 최소화했던 게 주효했습니다.”
100년 기업을 꿈꾸는 김 대표는 또 한 번 도약을 준비 중이다. 경남진주혁신도시 클러스터 부지에 KB 지식산업센터를 구축 중인데 올 연말쯤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화장품 원료나 제조기업 등 관련 업종을 한 데 모아 협업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식산업센터가 활성화 되면 더 많은 화장품 기업이 생겨날 수 있고 KB 코스메틱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순간 반짝하는 기업이 아닌 오랫동안 이름을 남기는 회사, 세계적인 명품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