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기만 BNK부산은행 육상부 선수 "국내 육상 취약 종목인 400m 국가대표가 목표"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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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회서 연달아 시상대 올라
부상·천식 탓 지난 4년간 고전
다문화가정 편견 힘들었지만
은사 격려와 주위 후원 큰 힘

BNK부산은행 육상부 최기만 선수는 “지금처럼 계속 뛴다면 국가대표가 돼 1등으로 아시안게임, 올림픽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BNK부산은행 육상부 최기만 선수는 “지금처럼 계속 뛴다면 국가대표가 돼 1등으로 아시안게임, 올림픽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입니다. 내년에는 아시안게임, 다음에는 올림픽도 나가 보고 싶습니다.”

BNK부산은행 육상부 최기만(23) 선수의 올해 목표는 국가대표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성인 무대 데뷔 4년 차인 그의 목표가 국가대표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최 선수는 지난달 9일 열린 52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400m 종목에서 47.73초로 1위를 기록했다. 국내 랭킹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KTFL 전국실업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는 47.32초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9일 열린 대회 기록을 0.41초 줄였다. 육상계에서는 연달아 시상대에 오른 그의 성장세를 주목하고 있다.

최 선수는 “부상으로 동계 훈련을 늦게 시작했고 훈련 중에도 몸이 생각만큼 잘 움직이지 않아서 걱정이 많이 됐다”며 “예선, 준결승, 결승 3번을 뛰면서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기록이 예선부터 잘 나와서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20년 부산은행에 입단한 최 선수는 신장 184cm에 71kg의 체격 조건으로 주목받았다. 2020년 부산대에 입학했지만 집안 사정으로 2개월 만에 자퇴했다. 그 후 1개월 뒤인 6월 최 선수는 부산은행에 입단했다. 실업 팀은 연말에 선수 선발을 마친다. 부산은행은 이례적으로 최 선수의 가능성을 고려해 시즌 중 그를 영입했다.

최 선수는 “선수 생활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지만 부산은행에서 기회를 줬고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 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입단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의 선수 생활은 순조롭지 않았다. 전도유망한 선수였지만 그는 지난 4년간 정기적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약했던 발목, 햄스트링이 훈련 도중 파열되기도 했다. 육상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천식도 그에게는 큰 짐이었다.

최 선수는 “이름이 일어날 기, 일만 만 한자를 써서 기만인데, 부상을 당할 때마다 안되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도전해 보자는 각오로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최 선수는 가나 출신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 출신 선수다. 중학교 때부터 선수 생활을 하며 그는 편견과 싸워 왔다. 혼혈인 자신을 보는 왜곡된 시선은 항상 그를 쫓아다녔다. 그의 활약을 담은 유튜브 영상에는 ‘순수 혈통이 아니라서 가능하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최 선수는 “중학교 때 선수 생활을 시작한 뒤 항상 혼혈이라는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다”며 “그때마다 은사님의 격려, 사회 곳곳의 후원이 계속 뛸 수 있는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부산시체육회 부산스포츠과학센터는 그의 부상 부위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훈련을 돕고 있다. 재활운동과 함께 호흡을 늘리기 위해 폐활량 훈련도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여러 기업에서 기능성 의류, 영양제를 후원한다.

최 선수는 국내 육상의 가장 취약 종목 중 하나로 꼽히는 400m 종목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 400m 종목은 육상에서도 가장 큰 폐활량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육상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400m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최 선수는 “1달에 한 번 천식 면역 주사도 맞고 발목을 자주 접질러 보강 운동도 더 신경써서 하는 편이다”며 “한 명, 한 명씩 추월하는 재미와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몰려오는 뿌듯함이 레이스 도중 힘듦, 훈련 과정에서의 힘듦을 이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선수는 시합 일주일 전부터 훈련량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다른 선수들이 시합 전 부상 등을 우려해 훈련 강도를 낮추는 것과는 대조적인 방법이다. 최 선수는 심박수가 170회까지 육박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했을 때 최고의 성적이 나온다고 믿는다. 그는 대부분의 레이스에서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는 전략을 구사한다. 높은 훈련 강도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최 선수는 “시합 일주일 전에는 선수들 용어로 ‘심폐를 터뜨리는 기분’으로 훈련한다”며 “지금처럼 계속 뛴다면 초반부터 치고 나가 1등으로 아시안게임, 올림픽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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