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오케스트라 만나는 흔치 않은 무대
부산시향 21일 ‘하지 축제’
협연에 박규희 기타리스트
‘아랑훼즈 협주곡’ 들려줘
애덤스·베토벤 곡 앞뒤 배치
클래식 기타와 오케스트라가 만나는 흔치 않은 무대가 마련된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은 오는 21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611회 정기 연주회 ‘하지 축제’를 열면서 협연자로 기타리스트 박규희를 초대했다. 지휘는 백승현 부지휘자(부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 수석지휘자 겸임)가 한다. 백 부지휘자는 6개월간 공석이던 부산시향을 이끌어왔다. 새 예술감독 홍석원은 7월 1일 자로 부임한다. 박규희는 이날 스페인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1901~1999)의 ‘아랑훼즈 협주곡’을 연주한다. 부산시향이 기타로 협연 무대를 갖는 것은 2008년 ‘라틴 클래시컬’(이병우 기타리스트 협연) 이후 16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곡은 같다.
기타리스트 박규희는 3세에 기타를 시작해 리여석을 사사한 후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 음대에 진학했지만 자퇴하고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로 유학한다. 2008년 벨기에 프렝탕 기타 콩쿠르에서 여성 최초, 아시아인 최초 우승자로 국제 무대의 주목을 받았고, 2012년 스페인 알람브라 기타 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을 석권하며 부상으로 레이블 낙소스에서 앨범을 발매하고 스페인 전역에서 순회공연을 진행했다. 이후 뉴욕 카네기홀 데뷔(2012년), 마에스트로 오자와 세이지 이끄는 오페라 프로젝트 참여, 도쿄 메트로폴리탄 교향악과 NHK교향악단 등 일본의 주요 오케스트라와 20여 차례 협연 무대를 가졌다.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은 총 열 장에 이른다. 올 초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이 예정된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밀로시 카라다글리치가 낙상 사고로 내한이 취소되자 공연 5일 전에 박규희로 교체돼 같은 곡 ‘아랑훼즈 협주곡’을 연주한 바 있다. 현재는 스페인 알리칸테 음악원에서 마스터 과정 졸업 후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한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아랑훼즈 협주곡’은 전체 3악장으로 2악장의 기타와 잉글리쉬 호른이 연주하는 애수 띤 주제가 인상적이다. 아랑훼즈는 부르봉 왕가가 머물던 여름 별장 궁전을 말한다. 부산시향 관계자는 “시각 장애인이었던 로드리고가 내면의 눈으로 바라본 스페인의 아랑훼즈를 음악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굉장히 빠른 패시지와 많은 도약 그리고 플라멩코적인 요소를 가미한 스케일 등 연주하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음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기타와 오케스트라의 음향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게 관건이 될 듯하다.
이날 부산시향은 기타 협주곡 외에도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존 애덤스의 ‘고속 기계를 탄 짧은 주행(Short Ride In A Fast Machine)’과 베토벤 교향곡 제7번을 앞뒤로 배치해 들려준다. 1년 중 낮이 가장 길고 밤이 짧은 하지에 열린다고 해서 부제도 ‘하지 축제’로 붙인 만큼, 축제에 어울리는 곡을 골랐다.
첫 곡 애덤스의 ‘고속 기계를 탄 짧은 주행’(1986년)은 심야에 스포츠카를 타고 달리는 스릴 넘치는 주행을 떠올리게 한다. 부산시향으로선 초연이고, 국내에선 서울시향과 대전시향이 연주한 적이 있다.
2부 메인 곡 베토벤 교향곡 7번은 환희와 낙관적인 분위기가 가장 충만한 작품이다. 춤과 축제를 연상시키는 에너지 넘치고 다이내믹한 리듬이 돋보이는 곡이다. 4악장 구성이며 다른 교향곡과 다르게 느린 악장이 없다. 특히 2악장(알레그레토)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입장료 R석 2만 원, S석 1만 5000원, A석 1만 원, B석 5000원.
한편 부산시향은 정기 연주회 전날인 20일 오후 7시 30분 오케스트라 리허설을 직접 볼 수 있는 무대로 ‘미완성 음악회’(입장료 5000원)를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협연하는 ‘아랑훼즈 협주곡’으로 진행된다. 공연 문의 051-607-6000(ARS 1번).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