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 도시 팍팍 밀어줘야 국토 균형발전 가능”
한국은행, 지역 경제 심포지엄
저개발 지역 투자론 효과 부족
거점 도시에 공공자원 집중해야
“행정통합 수준 거버넌스 구축”
지역 간 생산성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선 ‘비수도권 대도시’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권역별로 거점 도시를 키우고, 거점 도시 간 협력을 강화하면 비수도권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1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부산 그랜드볼룸에서 ‘2024년 BOK(Bank of Korea·한국은행) 지역 경제 심포지엄’을 열고, ‘지역 경제 성장요인 분석과 거점 도시 중심 균형발전’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2년 수도권과 충청권의 연평균 성장률은 3.4%다. 동남권·호남권·경북권의 1.4%보다 2배 이상 높은 성장률이다. 현 상황이 5년만 이어져도 수도권·충청권 이외 지역 인구는 4.7% 유출되고, 지역 내 총생산은 1.5%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지역 간 생산성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수 거점 도시에 공공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게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지역 내 저개발 지역에 우선 투자하는 기존 정책 방향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실제 대도시에서는 공공투자 비율에 정비례해서 인구가 늘었지만, 소도시와 군에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기관을 비수도권 대도시와 소도시로 옮긴 사례의 인구 달성률·가족 동반 이주율 등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비수도권 저개발 지역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자칫 비수도권 내 대도시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한국은행 정민수 조사국 팀장은 “과거엔 전체 국토에 빠짐없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 과제였지만 앞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지역개발 재원은 한정된다”며 “소수 거점 도시 중심의 균형발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울경 등 인근 지자체 간 경제 협력 필요성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부울경 권역 산업연계에 대한 동태적 분석 및 정책과제’에 대한 주제 발표에서는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중간재’의 거래 경로가 다뤄졌다. 부울경 지역의 중간재 거래 경로를 살펴본 결과 인근 지자체가 아닌 수도권과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제발표를 한 부산대 이근재 교수는 “권역 내 산업 연계 약화는 부산, 울산, 경남 지역 각각의 성장에 대체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행정구역 통합 혹은 이에 준하는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간 미스매치 실업과 동남권 지역 노동시장 발전전략’ 주제 발표를 맡은 국토연구원 남기찬 연구위원은 “동남권의 경우 부산권·울산권을 비롯해 창원권·진주권 등 규모에 따라 4~6개의 지역 노동시장권 형성이 가능하다”며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정주환경을 개선하고 광역적 일자리 협력 구조를 정비해 나가는 등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BOK 지역 경제 심포지엄은 한국은행이 지역 사회 현안을 각계각층이 함께 고민하고 정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해 11월 개최했고, 이날 심포지엄은 2회 차로 비수도권에선 처음이다.
심포지엄에 참여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영사에서 “국가 경제의 안정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과도한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너무 많은 나무를 키우려 하면 자원과 노력이 분산되면서 결국 대부분의 열매가 부실해지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소수 거점 도시 집중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