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노인은 창의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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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사단법인 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

노인교구 지도사를 양성하면서 이들을 전문화하기 위한 이론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첫째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너무 팽배했고, 둘째는 발달과업 이론이 아동에 치우쳐 노년을 새롭게 해석하고자 하는 영역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년을 연구하는 과정에서도 노인에 대한 긍정적 관점보다는 부정적 관점이 훨씬 많았다. 다행히 노인의 현장을 오래 관찰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증거 중심의 연구와 경험을 통해 노인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뇌과학 영역의 다양한 이론들이 나오면서 노년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게 됐다.

노인의 창의성을 강조한 것은 나 역시 최근 일이다. 노인교구 수업에 참여한 어르신의 창의적 활동을 목격하면서다. 창의성이 풍부한 어르신의 모습은 밝고 건강했다. 흥미와 집중을 즐기는 듯 교구 활동을 했다. 결국 인지가 건강한 어르신들은 건강도 좋았고, 정서도 풍부했다. 생각과 자신의 감정도 다양하게 표현했다.

매듭을 만들며 단단한 소쿠리를 만드는 모습,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여행지를 묘사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 사연이 많은 길을 다양한 교구로 세밀하게 표현하는 모습, 친정 아버지가 데려다 준 시집올 때 걸었던 그 길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커다란 창을 만들어 자신이 갈 수 없었던 친정에 대한 그리움도 표현했다. 사라진 서면 로터리가 재등장하고, 그 부근에 있었던 다양한 장소와 친구의 특징을 설명하는 눈빛에는 힘이 담겼다.

많은 사람은 노인이 잘할 수 있는 환경, 노인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지 않고 노쇠라는 제한점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춘다. 노인이 창의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노인들이 생활하는 여가시설이나 복지관의 예산 중 노년을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 노력에 사용되는 예산이 얼마나 될까? 노년이 되면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이유를 단지 노화에서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노인에게 제공하는 사회적 자극이 최선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노인은 단지 반응이 느려져 젊은이다운 모습을 지키지 못할 뿐이지 지속적인 훈련과 학습에 노출되면 건강한 정신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타고난 지능인 유동성 지능은 10대 후반이면 절정에 도달해 쇠퇴하지만, 결정성 지능은 경험과 학습이 연령 증가와 함께 누적된다. 이 점은 노년기 학습과 사고 훈련의 필요성을 알게 한다.

노인시설을 지어주면 노인복지는 다 된다는 말은 옛말이다. 앞으로 고연령 노인은 계속 증가 추세가 될 것이다. 진정한 노인의 행복을 위해 지역은 노인에게 어떤 학습장을 만들고 어떤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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