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서도 서울 못지않은 고품격 공연 선보일 것”
남영희 부산문화회관 본부장
7년 만의 복귀 “친정 돌아온 듯”
연령대 구분 공연 타깃층 공략
성장 가능성 큰 아티스트 발굴
“부산콘서트홀 등 개관은 기회”
“좋은 공연 보러 일부러 서울 가지 않아도 될 정도의 부산 문화 인프라를 만들겠습니다.”
4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 만난 남영희 신임 본부장에게서는 겸손이 물씬 묻어났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본부장의 역할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할 때는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짧은 대화 속에서도 그의 단단한 소신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1일 취임한 남 본부장은 1997년부터 2017년까지 20년간 부산문화회관에서 공연기획 담당자로 일했다. 저명한 예술가를 초청하는 대형 공연부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공연까지 그의 손을 거친 공연은 950여 회에 달한다. 1997년 미국 카네기홀에서 열린 부산시향 순회연주회를 포함해 크고 작은 공연을 주관해 온 베테랑 기획가다.
남 본부장은 “처음 입사했을 때는 문화회관에서 일하게 됐다는 게 너무 기뻐 쉬는 날에도 회관을 자주 찾았다”며 “오랜만에 다시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고 아는 얼굴도 많아 친정 식구를 만난 기분”이라고 반가움을 드러냈다.
남 본부장은 2017년 부산문화회관에서 퇴직한 후 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 협동과정 강사로 활동하며 연구에 매진했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해방기 부산 음악사’를 연구하는 등 지역 예술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일제강점기 때 부산에 관현악단이 있었다는 사실과 해방 직후 부산에서 활발하게 공연이 이뤄졌다는 점을 알게 된 후, 수도권 중심의 예술 문화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의 연구 활동은 다시 그가 부산문화회관으로 돌아오게 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그는 “근무 당시에는 부산시향에 주로 관심을 가졌지만 공부를 하고 난 후에는 공연장이 세상을 보는 하나의 매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공연장은 현실 세계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잊게 해주는 장소이자, 오늘날 기후위기처럼 사회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곳이다. 부산문화회관을 그런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기 중 어떤 일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냐는 질문에 남 본부장은 두 가지 가치를 제시했다. 굳이 서울을 가지 않아도 부산에서 훌륭한 공연을 볼 수 있게 하는 일과, 부산문화회관을 찾는 새로운 관객층을 발굴하고 싶다는 게 그가 밝힌 목표다.
남 본부장은 “부산에서도 이런 공연을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고품격의 공연을 선보여 시민들이 굳이 서울 찾지 않아도 되게끔 만들고 싶다”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이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인디밴드 공연, 노인 세대를 위한 공연 등 연령대를 구분하고 타깃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새로운 관객들이 부산문화회관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은 아티스트를 발굴해 부산 시민들이 양질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실력 있는 아티스트를 부산에 초청하려고 해도 매니지먼트사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많다”며 “성장 가능성이 큰 아티스트들을 발굴한 뒤 아티스트와 직접 접촉하는 방식으로 좋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온라인 공연을 포함해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내년 상반기 개관을 앞둔 부산콘서트홀을 포함해 부산공연계에 일어날 변화에 대해 그는 ‘변화는 곧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콘서트홀, 부산오페라하우스 등이 생기면 서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부산의 공연예술 판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아직 모자라고 부족한 제가 이 자리를 맡게 된 것은 부산 예술계가 격려하고 응원해 주신 덕이다. 앞으로도 많이 이야기해 주시면 귀 기울여 잘 듣겠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