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어린이급식센터 예산 분담 ‘줄다리기’
시 운영하다 내년 구·군 이관
지방비 전액 시비로 충당하다
기초지자체에 절반 부담 제안
구·군 “재정 어려워 반대” 맞서
부산 어린이집 식단을 제공하는 부산시 어린이급식지원센터의 운영 주체 이관을 앞두고 시와 구·군이 예산 분담률을 두고 이견을 보인다. 다음 달까지 시와 기초지자체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부산 어린이집과 유치원 급식소 2000여 곳 운영이 차질을 빚을 위기에 놓였다.
지난 3일 해운대구 100인 미만의 유치원·어린이집 190여 곳에서 만 3~5세 아이들의 점심 식탁에는 모두 같은 음식이 올라왔다. 이날 올라온 메뉴는 흑미밥과 들깨배춧국, 쇠고기도라지볶음, 잘게 썬 깍두기다.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어린이를 위해 고춧가루는 최소화하고 질긴 음식은 빼놓는 등 식단을 세심하게 고려했다. 이렇게 해운대구 어린이급식지원센터는 영유아와 어린이, 청소년, 일반형과 죽식형 등 대상에 따라 다르게 구성한 식단을 관내 100인 미만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매일 제공하고 있다.
해운대구를 포함해 부산에는 어린이급식지원센터가 구·군별로 총 14곳이 있다. 센터 14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약 130명이며, 관리 대상 기관과 어린이집 급식소는 2000여 곳에 달한다. 센터의 영양사들은 100명 이상 어린이집의 급식소에 영양사를 둬야 한다는 법령에 따라, 영양사가 없는 100명 미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지역아동센터 등에 식단을 제공하고 위생 관리와 영양 교육 등을 진행한다. 소규모 아동시설의 ‘부엌’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시와 구·군의 운영 예산 분담률을 둘러싼 갈등이 길어지며 애꿎은 어린이급식지원센터 운영이 차질을 빚게 생겼다. 센터는 내년부터 운영 주체가 부산시에서 구·군으로 변경된다. 2021년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시행에 따라 지자체 어린이급식지원센터의 각 지자체장 운영이 의무화됐다. 부산의 경우 올해 말까지 민간위탁기관과 계약기간이 남아있어 계약 종료 후 내년 1월 1일부터 구·군에 운영 주체를 이관하기로 했다.
어린이급식지원센터는 국비 50% 지방비 50% 매칭 사업이다. 기존에는 국비 50%, 시비 50%로 예산을 충당했으나 운영 주체가 구·군으로 넘어가면서 부산시는 지방비 분담 비율을 시비 25%, 구비 25%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군수구청장협의회 측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자, 협의회 측은 기초지자체 재정의 어려움을 들어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부산시 측도 센터 운영 예산을 전부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부산시 복지 예산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 시의 재정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며 “타 지자체에서는 대부분 시와 구·군이 반반씩 부담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에서 최대한 지원하겠지만 센터의 운영 주체가 된 구·군도 부담을 일부 나누자는 취지에서 예산 분담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군은 내년 1월 운영 주체가 되기 전에 새 민간위탁기관을 공모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올해 안에 센터 운영 준비를 마쳐야 한다. 구·군의 센터 운영 예산이 끝내 편성되지 않을 시 산정된 국비를 반납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부산시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지역 밀착 사업이다 보니 관내 유치원, 어린이집의 급식소를 각 구·군 실정에 맞게 관내에서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며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점진적으로 구·군 분담률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최대한 8월 이내 협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