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2000명 육박… 피해액은 2015억 원
지난달 말 기준 1997명 집계
체납금·건물 관리 떠맡기도
시 지원, 피해 회복 어려운 수준
적극적 구제 대책 요구 목소리
부산에서 전세사기 사건이 잇따르면서 피해자와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부산 청년 약 2000명이 전세사기범에 속아 2000억 원 이상을 잃었다. 부산시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체감되는 지원책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호소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대인 30대 남성 A 씨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부산 수영구와 금정구 일대에서 자기 자본 없이 대출금과 임차인의 전세보증금만으로 건물을 매입했다.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로 오피스텔 건물 3채를 사들였으며,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금은 돌려주지 않았다. A 씨와 공범 등 3명은 지난달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68세대로부터 임대차 보증금 84억 745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에서는 이 사건뿐 아니라 전세사기가 이어지며 피해자도 급증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1997명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총 피해액은 2015억 3900만 원이다. 지난달 19일 기준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가 1982명으로 집계된 것을 생각하면, 불과 11일 사이 피해자가 15명 늘어났다.
부산시는 지난해부터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전세피해 임차인 버팀목 전세대출 이자 지원 △전세피해 임차인 민간주택 월세 한시 지원 △이주비 지원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전세피해임차인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 대행서비스 지원,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 대행 법무사 매칭 및 대행 수수료 지원(건당 최대 20만 원 이내)도 함께 진행한다. 다만, 중복지원이 불가하고 부산시 재정 여건에 따라 지원 내용은 변경될 수 있다.
대부분 20~30대 사회초년생인 피해자들은 부산시가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방안이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A 씨 소유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던 20대 B 씨는 부산청년귀환사업 일환으로 2022년 고향인 타 지역을 떠나 수영구에 정착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다. B 씨는 “정착을 지원하는 부산시를 믿고 연고도 없는 곳에서 집도 직장도 처음 시작하게 된 건데, 막상 일이 터지니 시가 내놓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아 대환대출을 하고 있지만, 최대 1년까지만 연장이 돼서 그 이후부터는 1억 원 대출 이자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민사소송 지원도 피해자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A 씨에게 사기를 당한 전 모(30) 씨는 “시에서 지원해주는 항목들은 민사소송 비용 지원 등인데, 건물주가 구속되는 바람에 민사의 의미가 없다”며 “소송을 결심하더라도 비용이 지원금을 훌쩍 넘어 엄두를 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사기를 당한 것도 모자라 건물 관리와 비용을 떠안기도 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건물 관리를 맡게 된 피해자 김 모(28) 씨에 따르면 A 씨 일당이 소유한 오피스텔은 전세사기 피해 발생 당시 전기요금, 수도세, 인터넷 요금, 엘리베이터 비용 3개월 치가 미납됐다. 건물 안전관리도 6개월간 안 돼 있었다. 김 씨는 “세입자들끼리 돈을 모아 미납금을 지불하고 건물을 관리하는 중”이라며 “건물 관리를 공공이 맡아서 해준다면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해서는 부산시가 피해자 지원 예산을 적극적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사후 약방문 식 대책이 아니라 선제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 노익환 간사는 “부산시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개소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담당 법무사와 변호사 상담 태도가 불친절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부산시와 네 차례 정기 간담회를 진행하며 제안한 피해자 지원책도 반영되지 않고 있는 만큼 부산시가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