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현주 극단 새벽 대표 “돈과 권력 얽매이지 않고 공존·평등 담은 연극 추구”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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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단 40주년 맞아
민주화·노동·기후위기 등
시대상 반영 끊임없이 변화
송강호 배출… 연극인 육성도

극단 새벽 변현주 대표는 “가장 돈 안 되고 아날로그적인 연극을 40년간 이어 온 극단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극단 새벽 제공 극단 새벽 변현주 대표는 “가장 돈 안 되고 아날로그적인 연극을 40년간 이어 온 극단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극단 새벽 제공

배우와 연출로 활동하며 부산 연극의 저력을 보여준 고 윤명숙 배우와, 세계를 주름잡은 영화배우로 성장한 송강호 배우 등이 탄생한 극단 새벽이 올해로 창단 40주년을 맞았다. 1996년 입단해 30년 가까이 극단 새벽의 가치를 지켜 온 변현주 대표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변 대표가 바라본 극단 새벽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단체다. 군부 독재 시기에는 민주화 정신을, 노동의 가치가 무시당하는 시기에는 노동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근에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생명의 공존을 추구하고 있단다. ‘뭇생명이 공존·융합하는 세상을 꿈꾸며_삶의 연극화, 역사의 연극화’. 극단 새벽이 추구하는 가치는 그들의 슬로건에서도 잘 드러난다.

변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부분은 문제가 있다. 이런 부분은 아프다라고 하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가진 자의 관점이 아니라 소수자의 관점에서 웅크린 말, 하지 못한 말을 끄집어 내려 한다”며 “연극의 형식적 측면에서는 서양의 연극 방식이 아니라 한국의 연극 방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1984년 극단 두레로 출발한 극단 새벽은 지난 40년간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겼다. 일본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을 연극으로 제작(폭침-우키시마호는 부산항으로 못 간다)해 국내 최초로 무대에 올리는가 하면, 서울, 충북 등에서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을 위한 공연(히로시마 메시지)도 선보였다. 부산에서 배우와 연출가로 활동하며 지역 연극계를 이끈 고 윤명숙 배우와 세계적인 영화배우로 자리매김한 송강호 배우도 배출했다. 지난해에는 단원과 시민들이 모은 후원금을 바탕으로 연제구에 거점 공간인 ‘효로인디아트홀’을 열기도 했다.

변 대표는 “우키시마호 사건은 그 당시에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자료를 조사하고 증언을 기록해 연극으로 만들었다. 연극을 무대에 올린 후에는 한 방송사에서 찾아와 사건에 대해 취재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다”며 “임대료 문제 등으로 총 12번의 이사를 거쳤고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 자금을 마련해 준 극단 단원들과 1000원부터 큰 금액까지 후원해 주신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극단 새벽은 전업, 비전업 연극인 육성 수업을 통해 부산의 연극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는 24일과 25일에는 아카데미 참여자들이 꾸미는 연극 ‘산국’ 공연도 열린다. 오는 10월에는 극단 새벽의 새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변 대표는 “요즘처럼 4차 산업, 디지털을 강조하는 시대에 가장 돈 안 되고 아날로그적인 연극을 40년간 이어 온 극단 새벽에게 너 참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며 “극단 새벽은 지금까지 돈과 권력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공존과 평등,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극을 추구해왔다. 극단 창단 100년이 될 때까지 시민들이 새벽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해 주시고 이 집단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이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연극은 치유의 속성이 있고, 이런 치유적 속성이 각박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며 “미래가 불안하지만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보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온기도 느끼고 하면 좀 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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