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 논란에 ‘반쪽 광복절’ 우려
신임 김형석 관장 취임에 반발
광복회 등 정부 행사 불참 선언
8.15 광복절을 사흘 앞두고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취임에 반발해 독립운동단체와 정치권이 잇따라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독립기념관이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은 개관 이래 처음 취소됐다. 사상 초유 반쪽으로 갈라진 광복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독립기념관은 오는 15일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열지 않고 문화행사만 진행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축식 행사가 열리지 않는 것은 1987년 8월 15일 독립기념관 개관 37년 만에 처음이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그동안 광복절 경축식은 정부, 충남도, 천안시와 함께 열거나 자체 행사 등의 방식으로 매년 진행해 왔다”며 “올해는 신임 관장님이 정부 주최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기로 하고 자체 경축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광복절 경축 문화행사 ‘그날이 오면’은 예정대로 열린다. 블랙이글스 에어쇼, 타악 퍼포먼스, 퓨전국악 공연, 팝페라 공연, 가수 코요태 공연 등의 문화행사를 비롯해 특별기획전과 자료 공개, 학술심포지엄, 각종 체험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은 김 관장 임명에 반발해 정부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을 선언했다. 이날 광복회는 김 관장 임명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복회가 1965년 창립 이후 정부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처음이다. 광복회는 오는 15일 오전 10시 효창공원 백범기념관에서 광복절 기념식을 자체 거행할 예정이다.
광복회에 이어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도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오는 15일 서울 용산 효창공원에서 광복절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인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측에서도 정부 주최 광복절 기념식 불참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잇따라 불참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관장 임명 철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 세우고 헌법 정신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단의 조치’로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이에 앞서 광복절 경축식 불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김 관장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했다. 김 관장은 친일 과거사 청산 부정과 1948년 건국절 등을 주장해 광복회와 야권 등으로부터 이른바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되며 사퇴 요구를 받았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