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무소 역할 분사무소 내고 부산 사건 쓸어 담는 서울 로펌
수도권 법무법인 우후죽순 진출
6개월 새 분사무소 18개 신설
소수 직원 두고 업무는 서울서
변호사 상주 않는 경우도 허다
프랜차이즈 로펌 인기에 편승
부산에 수도권 법무법인 분사무소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지만 상당수가 허울뿐으로 운영된다는 법조계의 비판이 높다. 분사무소에는 변호사가 상주해야 하지만 정작 소수 직원만 있으면서 실질적인 송무는 서울에서 처리하는 행태로 인해 법률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지속된다고 호소한다.
14일 부산변호사회에 따르면 타 지역에 본사를 둔 법무법인이 부산에 설립한 분사무소는 총 69개다. 현재 부산 향토 법무법인이 103개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수치다. 이중 서울 로펌 분사무소가 52개로 전체의 75%에 달한다. 나머지는 경남 7개, 대구 3개, 경기·대전 각각 2개, 울산·인천·경북 각각 1개 등이다.
최근에는 부산에 분사무소를 두는 추세가 더 가팔라졌다. 최근 6개월가량 동안 분사무소가 18개가 더 생겼다. 수도권 로펌들이 변호사 수 급증으로 경쟁이 심화됐고, 온라인 상담 등 송무 형태가 변하면서 전국 분사무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사무소 확대가 영향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수임 형태가 바뀐 것도 한몫한다. 과거처럼 지인에게 변호사를 소개 받기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는 경우가 늘면서 분사무소를 운영하는 로펌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노출 빈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분사무소가 운영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법조계는 분사무소 대부분이 소속 변호사를 등록해 놓았지만 거의 상주하지 않는다고 본다. 사무장 등 소수 직원만 두는 곳이 적지 않다. 이런 운영 방식은 변호사법 위반이다. 변호사법 48조(사무소) 시행령 12조(법무법인의 주사무소와 분사무소)에 따르면, 분사무소에는 1명 이상의 변호사가 주재해야 한다.
실제 대한변호사협회가 전국에 수십 개 분사무소를 운영 중인 A네트워크 로펌에 대해 운영 규정 위반을 이유로 징계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A로펌의 한 지역 분사무소에 상주 변호사가 없다는 것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변협은 A로펌 대표 변호사 3명에 대해 과태료 300만 원, 정직 3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법인에 대해선 올해 6월 과태료 3000만 원을 부과했다.
부산 법조계는 수도권 로펌들이 분사무소를 통해 지역 사건을 빼간다고 보고 있다. 규정에 맞게 운영하는 분사무소도 있지만 문제가 되는 분사무소는 대부분 저연차 소속 변호사 1명만 등록해 놓는 곳이 많다. 실제로 부산 분사무소 69곳 중 변호사 1명만 등록된 곳은 41곳으로 절반을 넘는다.
법조계는 이처럼 운영하는 분사무소는 적발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예전에 분사무소 등록 변호사를 만나려고 수차례 방문했지만, 항상 직원만 있고 변호사를 만나지 못했다”며 “결국 사건만 빼가기 위한 ‘연락사무소’처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예전에는 변호사 개인을 믿고 사건을 맡겼지만, 지금은 집단을 선호하면서 지점이 많은 프랜차이즈 로펌이 인기”라며 “변호사가 직접 대면하고 상담하지 않고 사무장이 운영하는 방식은 법률 서비스 질이 떨어져 결국 지역 법조계에 큰 불이익이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