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첫 여군 심해잠수사
인간은 수중 호흡이 불가능하다. 일반인이 물속에서 숨을 참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해야 고작 100~120초다. 직업 잠수사인 해녀가 3~5분 정도다. 물론 숙련된 다이버는 8~10분을 버틸 수 있고 최대 기록은 무려 24분 33초다. 크로아티아 출신 프리 다이버 부디미르 쇼바트가 2021년 3월 세운 것이다. ‘물속 숨 참기’ 세계 기록 보유자인 그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딸을 위해 인간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잠수의 역사는 인류의 해양 도전사다. 선사시대부터 인간은 해조류나 진주조개 채취를 위해 잠수를 했다. 생계를 위한 잠수는 군사적 목적으로 진화했고 심해에 대한 인간 호기심은 기술 발전으로 이어졌다. 수중에 오래 머물기 위해서는 물 밖 공기를 빨아들일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은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알렉산더 대왕은 스승의 생각을 구현해 잠수통을 만들었다. 유리를 부착한 투명한 잠수통으로 직접 수중을 탐사했다. ‘바닷속은 신비의 세계며 오묘한 경치와 생명들로 가득 차 있노라’는 글까지 남겼다.
잠수 기술의 발전은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했다. 인간 잠수 능력을 크게 확장한 건 보물선의 존재였다. 침몰한 배에서 금화와 은괴를 인양하는 일이 막대한 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잠수복과 잠수종(다이빙벨)이 발전한 것도 이즈음이다. 인간은 더 깊은 바닷속에서 더 오래 머물 수 있게 됐다. 1, 2차 세계대전은 군사 분야 심해 기술 발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의 전신인 수중폭파대(UDT) 창설도 2차 대전 당시 태평양 전선 수중 임무를 위해서였다. 우리 해군의 최강 특수부대 해난구조전대(SSU)의 전신인 해난공작대 창설은 1950년의 일이다.
대한민국 해군 역사상 최초의 여군 심해잠수사가 탄생했다는 소식이다. 해군은 지난달 30일 열린 SSU 수료식에서 문희우 중위에게 심해잠수사 휘장을 수여했다고 전했다. 물속 작전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극강의 체력을 요구한다. SSU 교육과정이 특수부대 중에서도 악명 높은 이유다. 교육에 앞서 머리를 1㎝로 자르며 각오를 다진 문 중위는 장거리 수영 도중 바닷물과 함께 먹은 초코빵의 ‘단짠단짠’을 잊을 수 없다는 소감을 밝혔다. 첫 여군 심해잠수사 탄생을 계기로 ‘더 넓고 더 깊은 바다로’를 기치로 내건 SSU가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로 거듭나길 응원한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