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근무복 입고 회견장 선 김두겸 울산시장 “주식 사주자”, 왜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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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지역 산업 생태계 타격 우려
MBK “사회적 책임 다할 것” 밝히자
김두겸 시장 “가봐야 아는 것” 일축
“향토기업 사수” VS “관 개입 과해”

고려아연 근무복을 입은 김두겸 울산시장이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가세한 이유와 지원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고려아연 근무복을 입은 김두겸 울산시장이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가세한 이유와 지원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다툼이 격화하자, 울산시가 지역에 사업 거점을 둔 고려아연의 우군을 자처하면서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지방자치단체가 향토기업 지키기에 나섰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민간기업 경영권 문제에 지자체가 개입한 것이 다소 과하다는 지적이 혼재한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18일 고려아연 근무복을 입고 울산시청 프레스룸에서 열린 회견장에 나타나 “산업도시 울산과 고락을 함께해 온 고려아연이 해외로 인수합병될 위기에 처했다”며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본격 전개한다고 밝혔다. 친기업정책을 견지하는 김 시장은 울산에 사업장을 둔 주요 기업들의 근무복을 여러 벌 갖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에는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울산시장으로서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한다”며 격한 어조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날 회견문은 이틀 전 성명보다는 상당히 정제된 내용이었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수십 년간 영풍은 장씨 일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맡는다는 전통을 유지했다. 2022년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회사 운영 방향을 두고 두 가문의 견해차가 커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최대 주주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지난 13일 공시하자, 김두겸 울산시장이 향토기업 사수를 명분 삼아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김 시장은 이틀 전 성명에서 밝힌 대로 울산 시민을 대상으로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김 시장은 “울산시민은 20여년 전 SK가 외국계 헤지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쳐 막아낸 바 있다”며 “이번에도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 참여로 120만 울산시민의 힘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울산시는 또한 정부에 국가기간산업 보호와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강력히 촉구할 계획이다. 김 시장은 “이틀 전 정부부처 관계자에게 울산시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면서 “필요하다면 대통령실에도 직접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회사 간 경영권 분쟁에 직접 목소리를 낸 이유에 대해 “고려아연은 지난 50년간 울산과 함께 한 향토기업으로, 비철금속뿐만 아니라 수소나 이차전지 핵심 소재를 생산하며 울산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며 “(고려아연이 경영권을 뺏긴다면) 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울산의 산업 생태계 전체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은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는 등 국가 비철금속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김 시장은 연휴 기간 “중국계 자본이 대거 유입된 MBK로 경영권이 넘어가면,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사모펀드의 고려아연 인수 시)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 인력 유출,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소식을 접한 MBK파트너스 측은 18일 “MBK파트너스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2005년에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국내 사모펀드’이며 중국계 펀드가 아니”라며 해외 투자 지양, 지역사회 고용 창출 등 고려아연이 울산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시장은 회견에서 “현재의 고려아연은 이미 신뢰가 쌓였고, (MBK나 영풍의 약속은) 가봐야 아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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