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억울함 알려야죠” 기사 읽고 덕성원 다큐 찍는 대학생들
동아방송예술대 영화예술과 학생
아동보육시설 다룬 보도 접한 뒤
피해자 증언 기록 다큐 제작 중
대학생들이 과거 학대·폭행이 일어났다는 의혹을 받는 부산 아동보육시설 덕성원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섰다. 이들은 덕성원 피해자들의 진실 규명 목소리(부산일보 지난 2월 1일 자 11면 등 보도)를 접하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세상에 드러내 잃어버린 세월을 조금이라도 구제하고자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했다.
동아방송예술대 영화예술과 학생들은 부산 덕성원 사건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진행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덕성원 사건은 1982년부터 1994년까지 부산 덕성원에서 자행된 인권 침해 사건이다. 당시 덕성원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종교의 자유 침해, 교육받을 권리 침해, 강제 노역, 구타와 가혹 행위가 이어졌다.
3학년 전현주(24) 씨가 다큐멘터리 제작 감독을 맡았으며 같은 과 학생 10여 명도 제작 팀에 참여했다. 다큐멘터리 제목은 ‘사라진 아이들’로 정했는데 덕성원에서 학대를 겪고 성인이 된 아이들이 여전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전 씨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접하며 아동보호시설에서 자행된 인권 침해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아동보육시설이 오히려 약자의 특성을 이용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품었다고 했다.
전씨는 지난 6월, 부산 덕성원에서 형제복지원과 유사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덕성원 피해자들이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사건을 직권조사하기는 어렵다는 본보 보도를 접하고 사건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7월에는 부산을 찾아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와 만남을 가졌다. 안종환 대표의 집을 방문해 피해자 3명의 이야기를 듣고 피해 사실을 기록했다. 현재는 본격적인 다큐멘터리 제작에 앞서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모금 사이트 ‘텀블벅’에서 모금을 진행 중이다. 약 2주 만에 목표금 70%를 달성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은 다큐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문제를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전 씨는 “덕성원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세상에 드러내 그들의 잃어버린 세월을 조금이라도 구제해주고, 인권유린 범죄를 재조명해 앞으로 벌어질지 모를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하려 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