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파업·맞고소…현대중공업 임단협 갈등 장기화
6월 상견례 뒤 넉 달째 평행선
임금 인상 폭 견해차 못 좁혀
양측 감정 골 깊어져 몸싸움도
조선업 대호황기에 들어선 HD현대중공업이 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사갈등의 암초에 걸려 표류하고 있다. 노사 간 폭력사태로 인한 고소전에 더해 노조 파업 수위마저 높아지면서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27일 공장에서 파업 집회를 열고 회사를 강하게 압박했다. 지난달 28일부터 3~4시간 부분파업을 하다가 이날 7시간 파업했다. 이번이 8번째 부분파업으로 사실상 전면 파업 수준까지 이른 셈이다. 회사는 “아직 큰 생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파업이 길어지면 선박 납기 지연 등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회사는 지난 25일 노조와의 26차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월 기본급 12만 25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격려금 400만 원+상품권 30만 원, 중대재해 미발생 성과금 신설 등을 담은 2차 제시안을 내놓았으나, 퇴짜를 맞았다. 이달 5일 1차 제시안보다 기본급을 2만 500원 올리고 상품권 지급 등을 담았다. 노조는 “조합원 기대에 못 미친다”며 교섭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노조는 올해 4월말 월 기본급 19만 4800원(호봉승급분 3만 5000원 포함) 인상, 정년 연장, 성과급 산출기준 변경(영업이익 분모 7.5%→5%), 근속수당 지급 변경(근속 1년에 1만 원 인상) 등을 요구한 상태다.
노사는 올해 6월 4일 상견례하고 넉 달 가까이 임금 인상 폭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업계는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찾아온 조선업 초호황에 노조의 임금 인상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것으로 분석한다. 장기 불황에 억눌려 있던 노조 요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회사와의 견해차가 커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경쟁사인 삼성중공업 노사가 최근 기본급 12만 1526원 인상에 합의한 것도 조합원들의 비교 심리를 부추긴 요인이 됐다. 노조는 “작년 대비 영업이익이 265%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고작 삼성중공업보다 974원 인상된 것이 동종업계 최고 대우라고 생각하느냐”며 “영업실적 개선에 따른 합리적인 제시안을 내놓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성 성향으로 분류되는 백호선 지부장(노조위원장)은 기본급 인상 15만 원 이상 쟁취와 정년 65세로 연장 등을 공약한 바 있다.
노사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노조가 4시간 파업한 이달 10일, 공장에서 벌어진 양 측의 몸싸움은 결국 고소전으로 이어졌다. 회사는 특수상해,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로 노조를 고소하고, 노조도 공동상해, 폭행죄로 회사를 맞고소했다. 최근에는 “회사가 드론으로 파업 현장을 감시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회사는 시설 보호 차원에서 당국 승인을 받고 드론을 띄웠다고 해명했다.
조선업계는 물론 지역사회도 HD현대중 노사 상황을 불안한 눈길로 지켜본다. 지역 상공계 관계자는 “노사가 이대로 장기 대립을 지속할 경우 연내 타결조차 어려울 수 있다”며 “생산 차질도 문제지만 양 측 감정이 격해져 있는 만큼 파업 과정에서 심각한 충돌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