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집단 휴학' 승인에 교육부 고강도 감사 ‘맞불’
정부 의대 증원 강행 움직임에 반기
전국 40개 의대 중 처음 귀추 주목
의평원도 평가 인증 1년 유예 반대
교육부, 다른 의대 확산 조기 차단
의협·의료계 강경파 입장 차 여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과 서울대 의대가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 움직임에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정한 의학 교육 평가인증기관인 의평원은 교육부의 의대 평가 인증 1년 유예 추진에 공식 반대 방침을 정했고, 서울대 의대도 소속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을 인정하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서울대에 대한 긴급 감사를 실시하며 휴학 확산 차단에 나섰다. 정부와 갈등을 빚어 온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정원을 두고 정부와 협상할 뜻을 내비쳤다.
의평원은 교육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내기로 결정했다. 의평원은 최종 입장을 정리해 이달 중순께 반박 자료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의평원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는 졸업생의 의사 국가고시 응시 제한, 신입생 모집 정지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달 25일 의대 학사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경우 의평원이 불인증하기 전 1년간 보완할 수 있는 기간을 두기로 했다. 모집 정원 증가에 따라 의평원의 재인증 대상에 포함된 전국 30개 의대가 재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앞서 획득한 인증 자격을 1년 더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의대의 반발도 시작됐다. 서울대는 지난달 30일 소속 의대생 700여 명이 낸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서울대의 휴학 승인은 전국 40개 의대 중 처음이다. 서울대 의대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여 1학기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이 오는 11월까지 돌아오더라도 올해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교육부는 2일 오후 서울대 긴급 감사에 착수했다. 이는 서울대 휴학 승인이 다른 의대로 확산하는 일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의협은 지난 1일 대통령실이 제안한 ‘의료 인력 수급 추계 기구’에 참여하겠다며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2일 기자회견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의협 최안나 대변인은 "2025년도 입시가 완전히 종료되기 전까지는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증원 철회가) 가능하다"며 "정부가 의제 제한 없이 논의하자고 하는 만큼 2025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산하에 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분과별 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논의하기로 했다.
의료계 내 강경파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2일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의료 인력)추계와 최종 결정 모두 정부 기관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객관성·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추계 기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산하이고 최종 의사결정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뤄지는데 향후 같은 실책을 반복하지 않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