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유럽·중동 이어 동남아 원전 진출 발판 마련
필리핀 국빈 방문 계기 '바탄 원전' MOU체결
윤석열 대통령이 7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리 원자력발전 기업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중동(UAE)과 유럽(체코)에 이어 우리 원전 산업의 시장을 또 한번 넓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한국수력원자력과 필리핀 에너지부 간 '바탄 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 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에 임석했다.
바탄 원전은 1976년에 착공했으나 원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하면서 완공 직전인 1984년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완공과 운영 계획이 무산됐다.
그러나 지난 2022년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고질적인 전력난과 높은 전기 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탄 원전 가동을 재추진해왔으며, 2022년 11월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바탄 원전은 우리나라의 고리2호기와 같은 원자로를 사용하는 만큼 이 원자로를 40년 이상 운영한 한수원이 바탄 원전 건설 재개 사업의 최적 파트너로 거론돼 왔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한수원은 바탄 원전 건설 재개 관련 경제성, 안전성 등 사업 추진의 타당성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를 계기로 고효율 청정에너지원인 원전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에는 6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한수원은 바탄 원전 가동에 위험 요소는 없는지, 경제성이 충분한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필리핀 정부는 2050년까지 약 3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번 타당성 조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향후 필리핀 원전 사업은 물론 다른 동남아 국가들로 원전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기획재정부는 필리핀 재무부와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 건설사업은 총 37.5㎞의 도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첫 번째 구간인 7.9㎞ 건설에 약 9억 500만 달러(약 1조 2170억 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