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는 차익 실현하는데… '동학개미'는 주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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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 투자자 순매도 러시
연일 신고가 경신에 고점 매도
코스피·코스닥은 거래 연중 최저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 주목

지난달 코스피가 연중 최저 거래량을 기록한 데다 미국 주식도 매도량이 매수량을 넘는 등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 7일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코스피가 연중 최저 거래량을 기록한 데다 미국 주식도 매도량이 매수량을 넘는 등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 7일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의 모습. 연합뉴스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는 연중 최저 거래량을 기록하고 미국 주식은 올해 처음으로 월 국내 투자자 매도량이 매수량을 넘었다.

7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 6720억 원으로 8월(18조 1970억 원)보다 8% 줄며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1월 19조 3730억 원 수준에서 점차 증가해 3월에는 22조 7430억 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감소세로 돌아서 7월 19조 4730억 원, 8월 18조 1970억 원으로 쪼그라들며 16조 원대까지 밀렸다.

일평균 회전율도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지난달 일평균 주식 회전율은 1.02%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의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 ‘손바뀜’이 활발했음을 의미한다.

‘빚투’도 줄었다. 지난달 27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7조 5509억 900만 원으로 3개월 전(6월 27일)인 20조 8901억 2100만 원보다 2조 5382억 원 가량이 줄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로부터 일정한 증거금을 받고 주식 거래를 위해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달 피크아웃(정점 통과 후 하락) 우려가 심화한 반도체주 부진에 코스피 지수가 3% 하락하는 등 증시가 약세를 보인 데다, 추석 연휴에 따른 수급 공백이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와 중동 지정학적 위기로 국제 정세가 악화된 점도 이같은 ‘주식 엑시트’ 현상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기피할 경우 거래 대금 등이 급증하는 미국 주식도 지난달 처음으로 매도량이 매수량을 뛰어넘었다. 국내의 불안과는 반대로 미국 주식의 경우 연일 신고가를 경신한 탓에 고점에 따른 차익 실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26일까지 3억 5203만 달러(4627억 원)어치 미국 주식을 순매도 결제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1월부터 8개월 연속 미국 주식 순매수세를 보였지만 이달 들어 처음으로 순매도세가 강하게 포착됐다. 종목별로 보면 애플과 테슬라, 엔비디아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애플은 3억 2384만 달러를, 테슬라와 엔비디아는 각각 1억 7453만 달러, 1억 7415만 달러를 순매도 결제했다.

증권가에서는 8일 예정된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 발표가 투자자들의 ‘증시 엑소더스’ 장기화를 결정할 방향타로 분석한다.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이 매우 높고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잠정실적은 세부 사업별 실적공개 없이 전체 숫자만 나오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할 수는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 평균치)는 10조 7717억 원으로 지난 8월 13조 6606억 원에 비해 21.15%나 하락했다. 7일 삼성전자 주가는 잠정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증시 개장 후 5만 95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이후)삼성전자의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HBM3 양산, HBM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D램 업황도 양호하다는 안도감으로 충분한 수준의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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