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영풍' 승자 없는 연장전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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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매수가 83만 원으로 상향
'치킨게임' 양상에 후폭풍 우려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기덕 사장, 최 회장, 조현덕 변호사. 연합뉴스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기덕 사장, 최 회장, 조현덕 변호사. 연합뉴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간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이 연장전에 돌입하며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 마감일인 지난 4일, 매수가를 75만 원에서 83만 원으로 재차 상향했다. 매수 마감일도 오는 14일까지로 미뤄졌다.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 2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함께 주당 83만 원에 자사주 18%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시점부터 MBK 측의 매수가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다만 최 회장 측과 동일한 조건을 제시한 것을 두고, 수익을 생각해야 하는 사모펀드로서 수천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 회장 측 역시 자사주 매수가를 올리는 경우 재무적 압박이 커진다는 점은 부담이다. 양쪽 모두 ‘빚잔치’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상황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상처 뿐인 영광’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을 위해 투입한다고 공시한 자기자금 1조 5000억 원 가운데 1조 원은 차입금이라고 7일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은 자기주식 공개 매수를 위해 조성한 자금이 자기자금 1조 5000억 원, 차입금 1조 1635억 원이라고 신고했으나, 이날 기재 정정을 통해 자기자금 규모는 1조 원 줄이고 차입금 규모는 1조 원 늘렸다. 앞서 차입금을 자기자금으로 공시한 것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일자 이날 공시 서류를 정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 MBK 측의 새로운 승부수에 최 회장 측이 어떻게 맞대응할지도 관심이다. 각각 경영권 인수·수성을 목표로 경쟁하는 MBK 측, 최 회장 측 모두 이 같은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어차피 같은 가격·조건에 주식을 넘기는 것이라면 보다 명분이 있는 쪽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명분 싸움’이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같은 가격이라면 빨리 지분을 매각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편이 이익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최 회장 측에서 추가로 매수가를 얼마나 인상할지에 따라 주주들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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