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바꼈나" "오세훈부터" 여야 '산은 이전' 기싸움
민주, 20~21대 산은 지방 이전 법안 발의
"법안 참여 해놓고 지금은 또 다른가" 맹공
야당 침묵 속 "오세훈부터 해결하라" 일갈
“김병기·맹성규·소병훈·위성곤·박지원·이춘석·민홍철·송기헌·황운하·이개호…”.
지난 20대와 21대 국회에서 산업은행 본점 지방 이전을 위한 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야당 의원들의 이름이다. 10일 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은 “대선 때 이재명 후보도 산은 지방 이전을 주장해놓고 지금은 다른 소리를 한다”고 맹공했다.
국민의힘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은 이날 정무위 국감 회의장에서 지난 국회에서 산은 지방 이전 법 개정안에 참여한 야당의 의원 리스트를 띄우면서 공세에 나섰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7건의 산은 본점 지방 이전 법안이 발의됐다. 이 중 6건이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이다. 당시 법안에는 ‘산은 본점을 서울이 아닌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산은법 개정안 발의 취지가 동일하다.
이들 7개 법안에는 야당 의원들이 대거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22대 국회에 입성한 현 민주당·혁신당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20대와 21대 국회에서 산은 본점 지방 이전 법 개정안이 7개 발의됐고 80여 명의 국회의원이 법안에 서명했다”며 “참여정부 때부터 굵직한 금융기관 부산 이전이 결정돼서 현재 문현혁신지구에 입주해 있는데 이재명 대표도 대선 당시에는 산은 이전을 내세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바뀌니까 민주당은 이제 와서 산은 이전을 반대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의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 김병환 위원장도 금융위 차원의 노력에도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결국 ‘산은법 개정’이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산업은행 본점 인력을 부산으로 내려보내는 등의 절차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지만, 절차가 완료되기 위해서는 법률적인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법 개정 완성을 위해 국회에 적극적으로 협조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역시도 ‘왜 문현혁신지구가 국제금융중심지 육성 지구로 설정됐냐’는 이 의원 질의에 “두바이나 싱가포르와 같이 물류를 기반으로 한 부산의 잠재력 등을 반영한 결과”라면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속도감 있게 이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여당의 ‘내로남불’ 공세에 민주당은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의원 다음으로 질의에 나선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산은 부산 이전을 계속해서 강조하는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부터 설득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짧게 언급했다. 앞서 지난 8월 오 시장은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민주당 시의원의 ‘산업은행에 대한 생각은 어떻나’는 질문에 “산업은행은 여의도에 있을 때 아마 가장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산업은행 이전을 좌우할 권한을 갖지 않은 데다 이미 이전부터 김민석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반대기조를 이어온 상황이다. 10·16 보선을 앞두고 산업은행 이전에 찬성도, 반대도 아닌 애매한 입장만을 반복하는 건 방향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장을 앞세워 산은 이전과 관련한 입장을 회피한 야당에 이 의원은 “산업은행 이전과 관련한 법 개정은 국회 몫”이라며 “야당은 입장을 명확히 밝혀라”고 몰아붙였다.
한편,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이날 부산 금정구청장 민주당 김경지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시당은 “김 후보는 지난 5일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22대 국회의원은 없다’며 부산 시민에게 거짓말했다”고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주장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