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독서 인증샷
SNS의 시대에도 오프라인 독서클럽은 나름대로 북적이는 모양새다. 회원들은 ‘강제 독서’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같은 책을 읽고 여러 사람들과 토론하기 때문에 내가 선호하지 않는 주제나 작가의 책이라도,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라는 뜻이다. 책 읽기가 작가나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삶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하는 이유기도 하다. 좋아하는 분야만 알고리즘으로 계속 추천하는 유튜브나 SNS에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의 독서 현실은 매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참담한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가량은 1년간 수험서 잡지 등을 제외한 일반 도서를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1994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나 ‘책 이외 매체를 이용해서’가 주된 이유라고 한다.
이는 최근 SNS에 떠도는 짧으면 15초, 길어도 2~3분 정도의 자극적인 숏폼(짧은 영상)에 밀려 ‘책을 읽는 행위’가 줄어들고, ‘영상을 소비하는 시대’가 대세인 탓도 크다. 지하철에서는 젊은 층은 물론이고, 중장년층 승객들도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숏폼에 빠져 있는 장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책을 대신한 숏폼의 중독성은 뇌 건강에 손상을 줄 정도로 심각하다고 한다. 미국 연방정부는 대표적인 SNS인 틱톡이 중독성 있는 소프트웨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해 어린이 정신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할 정도이다. 이런 숏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독서가 큰 도움이 된다.
마침, 한글날 직후에 소설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한민국에 독서 신드롬이 불고 있다. 서점에는 이미 그의 여러 대표작이 동나고, SNS에 책 구입이나 책을 읽는 모습을 찍은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노벨상 수상이 한국에서 책을 읽고 세상과 소통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된 상황이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다. ‘책을 읽는 행위가 멋진 이미지’로 각인되도록 책을 읽는 자신의 모습이나 리뷰를 SNS에 인증샷이나 숏폼으로 올리는 문화도 만들어 볼 만하다. 책과 가까워지고, 책 읽기의 진정한 재미를 만끽하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독서클럽에 가입하는 것도 권장한다. 독서가 한국의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아 개인과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기를 희망한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