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받아 채무자 살인 계획, 114 직원에게 털어놓자…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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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구매 사실 털어놓자 신고로 경찰에 잡혀
법원서 살인예비 혐의로 징역형에 집유 선고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자 채무자를 살해할 마음을 먹은 남성이 114 번호 안내 직원에게 살인 계획을 털어놓다 경찰에게 잡혀 결국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7단독 배진호 판사는 14일 살인예비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 A 씨에 대해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같은 건물에서 거주 중인 이웃인 60대 여성 B 씨에게 1270만 원을 빌려줬지만 받지 못했다. 이에 A 씨는 경찰서에 B 씨를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이후 A 씨는 소송을 통해 변제받을 방법도 알아봤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답변에 평생 모은 돈을 잃었다는 생각에 앙심을 품어 B 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A 씨는 지난 6월 10일 연제구 자기 집에서 보관 중이던 공구함에서 살해 흉기를 준비했고, 이것으로만 부족하다는 생각에 추가적인 범행도구 역시 집 인근 철물점에서 구매했다.

같은 날 A 씨는 114 번호 안내 서비스로 전화를 걸어 직원 C 씨에게 “내가 1270만 원을 어떤 여자한테 빌려줬는데 사기를 당했다. 그 여자가 다른 데서도 사기를 많이 치고 다닌다는데 죽이려고 흉기도 마련했다”며 “그 여자를 죽이고 나도 죽을 것이다”고 말했다.

통화 내용이 심상치 않자 C 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A 씨는 자택에 출동한 경찰에 체포되면서 범행을 실행하지 못했다.

배 판사는 “비록 실행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생명을 빼앗으려 마음먹고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등 살인예비 행위를 해 죄질이 극히 중하고 피해자가 느낀 공포심은 헤아리기 어렵다”며 “다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구금 기간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어 “A 씨의 범행이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지만 피해자로부터 채무를 변제받지 못했던 사정이 동기가 됐고 피해자와 합의해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 점 등 여러 양형 요소들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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