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불안을 가중하는 이상 징후 포착… 요산 정신에 부합” [제41회 요산김정한문학상]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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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올해 요산김정한문학상에는 각각 세 편의 장편소설과 단편집이 최종 심사 대상에 올랐다. 후보작들은 식민, 분단, 이산, 탈북, 감염병 등 다루는 시대와 소재는 다양했으나 인류가 초래한 다층적 재난의 현실을 응시하고 그와 연루된 수다한 고통에 응답하려는 성찰적 서사라는 공동성 역시 간취되었다. 송호근의 <연해주>는 역사적 개인을 통해 시대의 질곡을 통과해 간 자들의 투쟁과 열망을 부각하고 역사의 현장으로 ‘연해주’를 재발견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여순사건, 이산, 세월호참사, 코로나 팬데믹 등 재난의 현실을 살아온/가는 이들의 삶에 주목한 전성태의<여기는 괜찮아요>는 현재에 과거를, 일상에 역사를 접붙이는 작가의 특장(特長)이 발휘되었다.

폭력적인 역사/현실에 내몰린 경계인들의 삶에 특히 주목한 이성아의 <유대인 극장>은 국적성에 갇히지 않고 자발적 망명을 수행하려는 의지가 역력했고, 문명과 세태에 대한 독특한 통찰을 보여준 최진영의 <단 한 사람>은 인류세 너머의 서사로 이행하려는 실험성이 돋보였다. 강영숙의<분지의 두 여자>는 인간이 벌거벗은 생명으로 내쳐지는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천착했다는 점에서, 김혜진의 <축복을 비는 마음>은 ‘집’을 화두로 우리 시대 욕망의 다층을 일관되게 성찰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유를 보여주었다. 모두 문학적 위의를 갖춘 작품들이기에 숙고를 거듭했고, 최종적으로 <축복을 비는 마음>을 제41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축복을 비는 마음>은 거주가 아닌 소유로 변질된 우리 시대 집의 의미를 탐문하고 자본 지상주의가 생산한 욕망과 이를 내파할 ‘다른’ 마음의 가능성을 탁월하게 사유한 작품집이다. 세입자, 대리인, 집주인이라는 각기 다른 위치와 관계 속에서 도시 변두리 낡은 집들에 연루된 마음의 다층을 탐사한 서사들은 집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을 첨예화하기보다 황폐한 집들에 얽히고설킨 곤궁한 이들의 위태로운 삶을 섬세하게 응시하며, 집이 안정을 박탈하고 불안을 가중하는 우리 사회의 이상 징후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집이 자본 증식의 숭고한 대상이 된 현실을 적발하는 데 그치기보다 비정상적인 욕망의 횡행에도 불구하고 어긋난 관계의 회복과 갈라진 마음들의 연결에 대한 희망을 멈추지 않는 김혜진의 소설은 부당한 현실을 방관하지 않는 새로운 휴머니즘 문학을 수행하고자 했던 요산문학의 정신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김혜진 작가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번 수상이 앞으로 더 큰 성취를 이루어 갈 작가에게 격려와 응원이 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조갑상, 정찬, 황국명, 구모룡, 김경연


제41회 요산김정한문학상 구모룡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1회 요산김정한문학상 구모룡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1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조갑상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1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조갑상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1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정찬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1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정찬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1회 요산김정한문학상 황국명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1회 요산김정한문학상 황국명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1회 요산김정한문학상 김경연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제41회 요산김정한문학상 김경연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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