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우리는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
흔히 사람들은 믿는다. 어떤 일이 벌어진 데에는 마땅한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알고 패턴을 파악하면 현실을 통제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기술 문명이 만들어낸 믿음이다. 하지만 착각이다. 세상은 우발성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인간은 여러 경제 논리를 들어 경기(景氣)를 예측하지만, 정작 원숭이의 선택만도 못할 때가 있다. 1999년 유럽에선 원숭이와 투자전문가가 투자 대결을 벌였다. 원숭이는 벽에 주식 종목표를 붙여놓고 다트를 던져 맞춘 종목을 샀다. 1년 간의 투자 성적은 원숭이의 승리. 둘 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지만(당시 경기가 좋지 않았다), 원숭이의 손실률이 훨씬 적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국제정치학과 교수인 저자는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에서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인 우발성에 관해 탐구한다. 그는 카오스 이론을 비롯해 역사, 진화생물학, 철학, 지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세상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세상은 생각보다 더 제멋대로다. 우연히 발생한 작은 움직임 하나가 예상치도 못한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 나비효과. 가령, 사냥터에서 아슬아슬하게 죽음을 피한 오스트리아-헝가리 대공은 결국 다른 곳에서 암살 당했고 제1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됐다. 그가 사냥터에서 사고로 죽었더라면 세계의 현대사가 어떻게 전개되었을지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그렇다고 세상이 우발적이고 불확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우발성과 별개로 인과율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고 부연한다. 우연히 일어나기는 하더라도 그 ‘우연’이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책을 덮어도 저자가 건넨 한 문장이 한동안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 무엇도 통제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의도한 대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정작 우리 행동에 대한 책임은 무겁다는 말이다. 젠장맞을.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김문주 옮김/웅진지식하우스/420쪽/1만 85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