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인적쇄신' 압박…대통령실, 여당발 '청구서'에 부담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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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 '텃밭 지켰다'는 자신감에서 쇄신 드라이브
대통령실, 선거결과 통해 최소한의 국정동력 확인
내주 '윤-한 회동' 김 여사 문제 놓고 벌써 힘겨루기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강원도 강릉시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입장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강원도 강릉시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입장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0·16 재·보궐선거에서 ‘텃밭’을 지켜내며 당내 리더십을 확보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권을 전면 쇄신하기 위한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이 내주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야당의 공세보다 부담스러운 여권 내부의 압박을 받게됐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쇄신하고 변화하라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명령”이라며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이번에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일이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도 있지만, 그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도 있었고,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해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 세 가지 사항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인적 쇄신은 어떤 잘못에 대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정치, 민심을 위한 정치를 위해 필요한 때 과감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의 이같은 강도높은 쇄신요구는 비록 재보선 ‘선방’으로 한차례 고비는 넘었지만, 명태균 씨의 잇단 폭로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불기소, 야당의 김 여사 특검법 재발의 등으로 김 여사 문제가 여전히 여권의 최대 리스크라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재보선 결과와 관련, “어려움이 있더라도 의료개혁 등 4대 개혁과 저출생 극복 등 개혁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미래로 나아가겠다”면서 “부족한 부분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바꾸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권 일각의 우려와 달리 재보선에서 참패해 민심을 완전히 잃은 것이 아니라 개혁 추진을 위한 최소한의 동력을 확인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여러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완전히 현 정부를 저버린 것이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 어느 한 곳이라도 야당에 내줬을 경우, ‘한동훈 책임론’에 비해 ‘현 정부 심판론’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면서 바짝 긴장했는데 이런 상황을 면했다는 것이다.

다만 한 대표가 재보선 결과를 바탕으로 강도높은 쇄신을 압박한데 대해서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윤-한 회동’을 앞두고 여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쇄신 압박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심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내주 초로 예상되는 회동에서 한 대표가 내밀 ‘청구서’가 예상 외로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를 어느 정도까지 수용하느냐에 따라 당정 관계는 물론 여권의 권력 지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통령실은 현재 김 여사 업무를 전담할 제2부속실 설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김 여사에 대한 ‘관리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압박에 밀려 인사 조치나 김 여사의 직접 사과, 대외활동 전면 중단 등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미 한 대표의 인적 쇄신 요구에 ‘비선 라인은 없다. 대통령실에는 오로지 대통령 라인만 있다’며 즉각적으로 불쾌감을 표한바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윤-한 회동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 대통령실은 회동 형식을 놓고도 ‘면담’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한 대표는 ‘독대’를 주장하고 있다. 회동 장소와 의제를 놓고도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의 입장차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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