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심 6편 중 ‘축복을…’ 만장일치 선정 [제41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심사 경위
지난 10일 부산일보사에서 열린 제41회 요산김정한문학상 5인 심사위원회는 6편의 작품을 놓고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 추천작 6편은 이성아 <유대인 극장>, 전성태 <여기는 괜찮아요>, 송호근 <연해주>, 강영숙 <분지의 두 여자>, 최진영 <단 한 사람>, 김혜진 <축복을 비는 마음>이었다. 장편 3편, 단편(소설집) 3편으로 공교롭게도 작품 수에서 장·단편이 균형을 이뤘다.
요산문학상은 그동안 장편이 많이 수상했다. 장편이라는 장르가 소설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을 기울였지만, 올해의 장편 후보작들은 기대를 약간 빗나가서 아쉬움을 주었다. 후보작들에는 공통적으로 위태롭고 불확실한 우리 삶에 대한 서사가 들어 있었다. 여자 주인공과 여성 인물들이 소설 속에 대거 등장한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지역 작가의 작품이 후보에 단 하나도 오르지 못해 아쉽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2편씩을 추천하는 1차 표결 결과 장편이 모두 탈락하고 본심에는 이성아, 전성태, 김혜진의 단편 작품 3편이 올랐다. 단편은 미학적으로 완결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유대인 극장>은 소재는 눈에 띄었으나 주인공의 행동을 이끈 동기가 다소 부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탈북민에 대한 다층적인 조명을 하려고 한 시도는 분명히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한계가 아쉬웠다. 주제 의식이 뛰어났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내용이 이해가 안 돼 다시 읽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는 괜찮아요>는 너무 글을 다듬다 보니 힘이 빠진 느낌이 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잘 쓴 소설이지만 밀도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소소한 이야기들이 그냥 결합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아서 그렇게 큰 감동을 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소설을 쓰는 서술 능력은 뛰어나지만 오랜만에 소설집이 나와서 그런지 작품 별로 들쑥날쑥한 느낌도 있었다.
<축복을 비는 마음>은 역시 가장 눈에 띄는 소설이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일관된 문제의식 속에서 작품을 구성하는 점을 김혜진의 특장으로 인정해 줄 만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가까스로 조금 가진 자와 그마저도 못 가진 자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부분이 주목됐다. 그들이 끝까지 갈등과 대립으로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 사이에, 어떤 관계를 통해서 서로 마음이 오고 가고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김혜진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대한 어떤 희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다른 후보작에 비해 훨씬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서사였다. <축복을 비는 마음>은 촘촘하게 잘 짜여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완결성과 주제의식도 뛰어나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