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발 '피시플레이션' 서민들 횟감 사라졌다
광어·우럭 등 생산량 지속 감소
가을 전어·꽃게도 품귀 이어져
주요 수산물 가격 잇단 상승세
해수부 다음 달 종합 대책 발표
국내 연안의 고수온으로 대중성 어종들이 잇따라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수산물 가격 급등)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관에서 앞다퉈 대응 기구를 발족하는 한편 해양수산부는 다음 달 기후변화 종합 대책을 내놓는다.
‘국민 횟감’으로 불리는 광어와 우럭은 최근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2022년 10월 광어 생산량은 3635t이었지만 지난해 동월 3499t에 이어 올해 3400t(추정)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고수온으로 폐사한 어린 광어가 급증하면서 250g 미만의 광어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6% 줄었다. 우럭도 대량 폐사로 이달 생산량이 1000t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1010t)과 지난달(1185t)보다 감소했다.
패류도 고수온으로 인해 생산량이 줄었다. KMI는 이달 홍합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3684t)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굴과 전복 생산량도 각각 750t, 165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4.5% 줄어들 전망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올가을 전어회 판매를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 전어 가격이 폭등해 구이용 선어만 일부 점포에서 소량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지난해와 같은 가격에 전어회를 판매하지만 물량은 절반가량 줄었다. 지난달부터 제철을 맞은 전어가 대형마트에서 사라진 건 고수온으로 어획량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전어 생산량은 총 338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70t) 대비 47.8% 줄었다.
또다른 가을 제철 수산물인 꽃게는 지난달 위판량이 270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52t)보다 약 47.5% 감소했다. 앞서 수과원은 "서해 연안의 고수온 영향으로 꽃게 어장이 넓게 분산돼 올가을 어획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사과, 배추 등 농산물에 이어 수산물 가격까지 급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KMI는 우럭과 광어의 도매가가 올해 12월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kg당 20~3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굴, 꼬막 등 양식 수산물도 이미 채묘 단계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한 탓에 본격 출하되는 11월부터 물가가 요동칠 수 있다. 더불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전어의 kg당 도매가는 약 2만 5000원이었다. 매년 도매가가 1만 원에서 1만 2000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해수부는 수과원이 지난달 가동한 수산·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다음 달에 종합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어선·양식 어업의 대처법, 개선이 필요한 규제, 안전한 수산물 수입 방법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수협중앙회도 고수온으로 인한 어획량 감소와 어족 자원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6일 첫 회의를 열었다.
수협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업 피해를 꼼꼼히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국가적인 대책 마련과 지원을 촉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