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회담 3시간 만에 수락… 재보선 후 독자노선 강화한 한동훈
당 차원 명태균 논란 엄정히 조사
김 여사 의혹 차별화된 입장 고수
영수회담 거부 윤 대통령과 상반
한 대표의 메시지 담긴 결정 분석
경제계 인사들과 접점 보폭 확장
10·16 재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독자 노선을 강화하며 용산과의 차별화에 힘을 주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와의 두 번째 회동 추진과 재계 접점 확장, 김건희 여사 의혹의 ‘키맨’인 명태균 씨에 대해 엄중 조치 뜻을 밝히는 등 그의 행보가 당정 관계 재설정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명 씨 논란에 대해 “당무 감사를 통해 해당 사안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그런 정치 브로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현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명 씨 폭로전에 김 여사 관련 의혹이 몸집을 키워가자 당 자체 조사를 통해 경위를 밝히겠다는 방침을 낸 것이다. 한 대표는 “(명 씨가)살라미 식으로 하나둘씩 던져놓고 있고 보수 정당이 그 사람 말에 휘둘리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투명하게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한 대표가 이제는 당정이 김 여사 의혹에 대해 확실한 액션을 보여야 할 때라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의 회담 요청에도 응했다. 그간 영수회담을 한사코 거부해 왔던 윤 대통령과는 상반된 행보다. 한 대표 측 박정하 비서실장은 “이 대표가 한 대표에게 회담을 제의했고, 한 대표도 민생 정치를 위해 흔쾌히 응하기로 했다”고 언론 공지를 통해 밝혔다.
박 비서실장은 “양당 대표는 지난 대표 회담에서 추후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한 바 있다”며 “구체적 일정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회담 요청을 수락하기까지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이날 오전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면담을 거론하며 “한 대표님 오늘 면담을 잘하시고 기회가 되면 야당 대표와도 한 번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후 약 3시간 만에 한 대표 측이 ‘회담에 응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여야 대표 회담 성사는 이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면담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공개됐다. 최근 윤·한 갈등 등 여당 지도부와 용산 대통령실 간의 긴장 관계 속 한 대표의 메시지가 담긴 결정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경제계 인사들과의 접점도 넓히면서 보폭을 한층 확장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에서 열린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전폭적인 기업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가 기업의 발전과 혁신을 훼방 놓는 일이 많이 있었는데, 저희는 그걸 없애는 방향의 정책을 펼 것”이라며 “그게 자유민주주의와 보수 정치의 본령”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경식 경총 회장과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커뮤니케이션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부산·울산·경남(PK) 민심을 두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미묘한 경쟁 양상도 감지된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부울경 시도지사와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지역별 핵심 정책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가 22%포인트 차로 승리을 거둔 보선이 마무리된 이후라는 점에서 특히 이목을 끌었다. 한 대표 역시 오는 23일 또다시 부산을 찾아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양측 모두 PK 지역을 다지면서도 이곳 민심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