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처럼 경영하라"
제17기 부산일보 CEO 아카데미
서희태 지휘자 '리더십' 주제 강연
“미래 기업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같은 조직을 닮아갈 것입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입니다.”
지난 22일 부산롯데호텔 3층 펄룸에서 열린 제17기 부산일보 CEO 아카데미에서 서희태 지휘자가 ‘마에스트로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강연석에 올랐다. 서 지휘자는 KNN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수석지휘자, KG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등을 맡고 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주인공인 강마에의 실제 인물이다.
서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 대한 설명으로 강연의 문을 열었다. “오케스트라는 몇 인조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오케스트라 규모는 ‘관 편성’이라는 말을 씁니다. 목관악기인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이 몇 대씩 있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기본적으로 2대씩 있는 2관 편성이고 연주자는 50명 정도 됩니다. 음악 하는 사람에게 당신의 오케스트라는 몇 관 편성이냐고 물으면 긴장할 겁니다.”
서 지휘자는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오케스트라가 굉장한 부가가치를 갖는다고 말했다. 첫 번째 조건으로 ‘최고의 실력과 열정을 갖춘 연주자’를 제시했다. 강연장에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3악장 연주 장면이 재생됐다. “연주자들이 의자에 앉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인 것 보이시죠? 남녀노소는 물론 인종도 다양해요. 이런 연주자들이 모이면 관객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합니다.”
두 번째 조건은 ‘최고의 하모니’. 서 지휘자는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와 유진박이 연주한 사계 겨울을 들려줬다. “같은 음악인데 완전히 스타일이 다릅니다.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성입니다. 그래서 각자 연주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함께 연주한다면 하모니가 이뤄져야 합니다.”
세 번째로는 ‘악기 하나하나의 개성을 잘 살려야 한다’고 했다. “오케스트라를 보면 간혹 특이한 악기들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작곡가가 사용하라고 하면 목탁을 쳐야 하죠. 재질도 음역도 각기 다른 악기들이 하모니를 이룰 때 아름다운 음악이 됩니다.”
마지막 조건으로는 ‘최고의 지휘자’를 꼽았다. “매년 1월 1일 개최되는 비엔나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전 세계 80개국 넘는 나라에 생중계됩니다. 저도 내년 티켓을 겨우 구했는데요, 한 장에 3000유로(약 450만 원)였어요. 지휘자가 누구인지에 따라서도 가치가 달라져요. 연주자들은 지휘봉대로 연주하니까요.” 서 지휘자는 “음악계에는 ‘나쁜 오케스트라는 없다, 나쁜 지휘자가 있을 뿐이다’는 말이 있다”며 “경영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서 지휘자는 마에스트로를 예로 들며 리더십을 이야기했다. “오스트리아 유학 시절인 1991년, 비엔나국립오페라극장 연구단원으로 합격했습니다. 어느 날 극장 복도에서 제 우상인 지휘자 주빈 메타를 마주쳤어요. 가슴이 뛰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어요. 그날 저에게 조언을 해주더군요.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라고. 친구가 돼줄 테니 자신을 대하는 것처럼 다른 이들을 대하라고 하더군요. 그의 배려는 평생 잊지 못합니다.”
‘신뢰의 리더십’ 부분에는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종신지휘자로 활동했던 헤르베르트 카라얀이 등장했다. “연주자에게 음악을 전달하는 사운딩 포인트는 지휘자의 생명이라고 하는데 그게 없어요. 그는 ‘내가 오케스트라에 입힐 수 있는 가장 큰 손해는 단원들에게 명확한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라고 했죠. 단원들은 대부분 악보를 보며 연주하다가 ‘어떻게 하라고 했더라’ 할 때 짧은 순간 지휘자를 봅니다. 좋은 지휘자는 연주자가 필요로 할 때 그 자리를 지키고 이끌어 주는 사람이죠. 좋은 리더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등장한 마에스트로는 ‘칭찬의 리더십’을 실천한 레너드 번스타인이었다. “번스타인의 가장 큰 장기는 칭찬을 잘하는 것이었어요. 연주자와 눈을 마주치고 웃고 고개를 끄덕이죠. 영상 보십시오. 지휘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연주자들이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알아서 해줄 수 있는 직원을 만들고 있는지 반문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 지휘자는 마지막으로 강연 내용을 요약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열정 넘치는 직원을 뽑아서, 그들이 각각 특기를 살리면서도 하모니를 이루도록 해 주며, 마에스트로들처럼 좋은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비엔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같은 회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