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난폭운전·불친절 감시하는 '시내버스 암행어사'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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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교육중앙회 부산시지부 이정숙 회장, 김영해 사무국장

10년 전부터 모니터링 맡아 와
종점~종점 등 종일 버스 타며
차량 청결, 운전 태도 등 점검
지적 후 개선되는 것 보면 뿌듯

(사)소비자교육중앙회 부산시지부 이정숙(왼쪽) 회장과 김영해 사무국장이 부산 동구 초량동 사무실에서 시내버스 모니터링 업무를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nicedj@ (사)소비자교육중앙회 부산시지부 이정숙(왼쪽) 회장과 김영해 사무국장이 부산 동구 초량동 사무실에서 시내버스 모니터링 업무를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nicedj@

‘시내버스 암행어사’. 종점에서 종점까지, 종점에서 중간 지점까지, 중간 지점에서 종점까지, 또 종점에서 종점까지. 종일 시내버스를 타며 매의 눈으로 차량을 훑고 운행을 점검한다.

(사)소비자교육중앙회 부산시지부 이정숙 회장과 김영해 사무국장은 ‘시내버스 모니터링 베테랑’들이다. 소비자교육중앙회는 1971년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전국 30여만 명의 회원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소비자단체다. 부산시지부에는 16개 지회 아래 1만 4000여 명의 회원이 있다.

“10년 전쯤 시내버스 모니터링을 시작했습니다. 부산시 입찰을 받은 업체의 제안으로 참여했어요. 코로나 때 잠시 중단됐다가 올해 우리 단체가 다시 맡아서 했어요.”

모니터링 대상은 부산 버스조합에 등록된 33개 업체의 노선버스다. 한 회사당 두 노선을 한 사람이 맡는다. 소비자교육중앙회 부산시지부에서 구별로 희망자를 받아서 교육한 후 현장에 투입한다. 올해는 지난 5~7월 1차, 8~9월 2차 모니터링이 이뤄졌다. 이 회장과 김 사무국장도 모니터링에 참여한다. 김 사무국장은 “희망자 대부분 집 근처 노선을 선택한다”며 “시외라고 느껴질 정도로 먼 거리는 가려는 사람이 없어서 주로 제가 간다”며 웃었다.

모니터링 내용은 차량 관리 실태, 정보 체계, 운전 태도, 운전 행태, 친절이다. “차량 상태를 먼저 살펴봅니다. 소화기와 비상 망치가 제대로 있는지, 의자와 손잡이는 깨끗한지, 전광판 정보가 잘 나오는지 등등 전반적인 것들을 봐요. 다음으로 운전자가 운전 중 휴대전화를 쓰지는 않는지, 교통약자 이용 때 안전 확인을 잘하는지 등을 보고요. 교통신호를 잘 지키는지, 급정거·급출발·과속을 하지 않는지 등도 체크하죠.”

‘암행’으로 하는 점검이다 보니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쓴다. 이 회장은 “나이가 많아서 조심한다”고 했다. “고령자는 공짜로 탈 수 있는 지하철을 두고 버스로 장거리를 타면 아무래도 눈에 띄죠. 골목골목 다니는 버스는 그래도 나은데, 대로변을 다니는 노선에서는 기사들이 유심히 봐요. 너무 표났다 싶으면 내려서 다시 탑니다.”

장시간 버스를 탈 때면 어려움도 많다. 김 사무국장은 “종점에서 종점까지 갈 때가 힘들다”고 했다. “배차 시간이 길고 노선이 길면 화장실도 가고 싶고 배가 고프기도 해요. 배차 시간이 긴 버스들이 특히 힘들죠. 예전에는 추운 겨울날 새벽에 버스 기다리면서 막 떨고 그랬거든요. 근데 요즘은 의자에 열선도 있잖아요. 버스 도착 정보도 잘 나오니 너무 좋아졌죠.”

두 사람은 시민 의식도 시내버스 개선에 한몫한다고 입을 모았다. 모니터링 과정에서 승객에게 설문지를 받아 반영하기 때문이다. 질문 내용은 안전 운행 여부, 차량 쾌적성, 정보 관리, 서비스, 친절도 등이다. “예전에는 설문을 부탁하면 바쁘다고 잘 안 해줘서 애먹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 응해 주세요. 답변이 시내버스 개선에 도움이 되는 걸 아시는 거죠.”

오랜 세월 시내버스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 두 사람 모두 ‘직업병’이 생겼다. 이 회장은 “마을버스는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지만 자주 타다 보니까 유심히 보게 된다”며 “깐깐하게 모니터링하는 입장에서도 정말 친절한 기사가 있어 시 교통계에 칭찬했더니 주유권 포상을 받았다고 하더라”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김 사무국장은 “버스를 타면 비상 망치와 소화기부터 살피고 있다”며 “모니터링한 노선은 머릿속에 노선도가 훤히 그려지고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도 척척 나온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사명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자가용만 타면 부산 구석구석 잘 안 가보잖아요. 모니터링하면서 이런 데가 있었구나 놀라게 됩니다. 버스 서비스가 조금씩 개선되는 걸 보면서 우리 덕도 있다 하는 마음이 들죠.”

김 사무국장도 보람을 이야기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모든 부분에서 많이 개선됐습니다. 특히 차량은 정말 쾌적해요. 간혹 불친절한 사례도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기사 친절도도 높아졌고요. 이용하는 시민들도 질서를 잘 지켜요. 어떤 부분을 지적하면 다음번 모니터링 때 조금씩 개선되는 게 보이면 뿌듯하지요.”

김 사무국장은 아쉬운 마음도 드러냈다. “모니터링 요원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차비에 밥값 정도 더한 수준이죠. 해마다 관련 예산이 깎이더라고요. 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부분인데 싶어 아쉽습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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