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보복 목표 달성” vs 이란 “적절한 시기 대응”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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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성공 여부 엇갈린 입장
핵 시설 비켜간 제한적 공격
이란, 강경한 표현은 자제해
임박한 미 대선 영향이란 분석

이스라엘 전투기가 26일(현지시간) 이란 공습 위해 격납고를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전투기가 26일(현지시간) 이란 공습 위해 격납고를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26일(현지시간) 새벽 이란에서 공습 작전을 펼친 결과, “보복 공격을 완료했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강경 표현을 자제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대응하겠다며 당장 맞보복에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방금 전 우리 항공기들이 이란의 군사 목표물을 폭격한 후 무사히 돌아왔다”며 “이는 최근 몇 달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이 지난 1년간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해온 미사일 제조 시설 등을 정확하고 집중적으로 노렸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와 함께 이란 공습을 위해 F-15, F-16 전투기가 출격을 준비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도 공개했다.

이날 공습은 이란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이 살해된 것의 보복을 명분 삼아 이달 1일 미사일 200기를 쏜 뒤 25일 만에 이뤄졌다.

이번 공습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고체연료 혼합 시설에 집중돼 향후 이란의 탄도 미사일 생산에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란 공군 방공사령부는 같은 날 성명에서 “방공시스템이 공격을 성공적으로 차단하고 대응했다”며 피해는 제한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수개월간 이스라엘과 충돌 시 지도부가 사용했던 ‘복수의 불길’, ‘피의 대가’와 같은 강경한 표현은 자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집트·카타르 외무장관과 한 전화 통화에서 “이란은 자국의 영토보전 침해에 맞서 단호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면서도 “모든 대응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며 즉각 대응하겠다고 위협하지는 않았다.

이란의 이러한 반응을 두고 FT는 이란이 곧바로 재보복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또한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휴전을 지지한다는 점을 더 강조했으며, 전면적인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FT는 짚었다.

이는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 사남 바킬은 뉴욕타임스에 “이란이 불확실한 미 대선에 앞서 광범위한 갈등 고조를 피하고 싶다면 공격을 감수하고 지역 내 외교적 접근과 서방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중심으로 한 장기적인 전략적 게임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이번 공습의 여파를 축소하고 휴전을 추진함으로써 “이스라엘에 대한 상황을 역전시키고 군사적 약점을 외교적 기회로 바꾸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최우선 목표는 정권의 안정인데, 재보복 공격에는 이후 더 파괴적인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도 이같은 대응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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