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개입? 광 팔기?…명태균 녹취에 계속 나오는 윤 대통령·김 여사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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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김영선 공천은 선물’, ‘윤 총장 여론조사 빨리 달라했다’ 등
명-강혜경 통화 녹취 쏟아지나, 명 씨의 ‘전언’일 뿐 실제 음성·녹취는 없어
명태균은 “조사 독촉하기 위해 광 판 것”…선거 개입 판단 아직은 섣불러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지난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지난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각종 선거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더하는 ‘선거 브로커’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록이 최근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공천 개입’ 의혹을 입증할 자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공개된 녹취 대부분이 명 씨가 이번 의혹을 터트린 강혜경 씨와의 통화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한 내용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해당 녹취 만으로 김 여사의 선거 개입을 섣불리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명 씨는 강 씨에게 여론조사를 독촉하기 위한 ‘광 팔기’였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29일까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명 씨와 강 씨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강 씨에게 여론조사를 지시하면서 ‘김 여사가 궁금해한다’ ‘윤 총장(윤 대통령)에게 갖다줘야 한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 씨는 2022년 6·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5월30일 강 씨에게 “서울시장 선거, 1000개 (여론조사를)돌려보세요. 바로 오늘 달라고 하네. 사모님(김 여사)이 궁금하대요”라고 지시했다. 앞서 명 씨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인 2021년 9월 30일 강 씨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이 전화했는데 궁금해하더라”면서 윤석열 유승민 홍준표 원희룡 하태경 최재형 등을 넣은 경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조사는 명 씨가 실질적 운영자인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제 미공표용으로 실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명 씨는 대선 7일 전인 2022년 3월 2일에도 강 씨에게 “그거(여론조사 결과) 빨리 달라고 그래요. 윤석열이가 좀 달라고 그러니까”라고, 그 다음 날에도 “오늘 다 (여론조사 결과)뽑아줘야 해요. 윤석열 총장이 저 문자가 왔네”라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 내용만 보면 윤 대통령 내외가 대선 전 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에도 명 씨와 수시로 통화와 문자를 하면서 선거 문제를 면밀히 상의했다고 의심할 만하다. 만약 명 씨가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요청을 받아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무상 또는 유상으로 제공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모두 강 씨와의 통화에서 명 씨가 언급한 발언으로, 실제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발언이 음성이나 녹취로 드러난 것은 현재까지 없다.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했던 강 씨는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 및 보좌관을 지냈고, 현재 김 전 의원으로부터 사기·횡령 혐의로 고발 당한 상태다. 한 여권 인사는 “명 씨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윤 총장’과 ‘여사’를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이 석연치 않다”며 “정치권 유력 인사들과 연줄을 만들기 위해 여론조사를 이용한 명 씨가 비용 문제를 피하기 위해 대통령 내외를 내세운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실제 명 씨도 “(내가 의뢰한 것이)돈 안 되는 거면 (강씨가)짜증 나지 않겠나”라며 “‘윤석열한테 갖다줘야 돼. 빨리 갖다줘야 돼’ 그렇게 해서 광을 팔아야 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김 여사가 과거 명 씨에게 ‘완전 의지한다’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볼 때 일부는 사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천 개입 의혹의 발단이 된 김영선 전 의원의 2022년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선과 관련해 명 씨가 김 여사를 언급한 통화 내용도 추가로 나왔다. 명 씨는 국민의힘 공천 발표 약 일주일 전인 그해 5월 2일 강 씨와의 통화에서 “여사가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마라. 자기 선물’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전 의원은 이후 단수 공천을 받았다. 이후 명 씨는 22대 총선을 앞둔 2023년 11월 김 전 의원이 당무감사에서 낙제점을 받자 강 씨에게 “(김 전 의원이)당무감사 꼴등했다. 내가 여사한테 연락했다. 여사가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여사는 명 씨의 거듭된 김 전 의원 구명 요청에 ‘경선이 원칙’이라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여사가 명 씨와 공천 문제를 얘기한 것을 맞지만, 실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인지, 단지 들은 내용을 알려준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공천 관련 언급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을 순 있겠지만, 이를 공천 개입으로 단정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선 캠프 전략기획부총장이었던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이날 명 씨의 미래한국연구소가 작성한 비공표 여론조사를 대선 당일 캠프에서 회의 자료로 썼다는 의혹과 관련, “명 씨와는 모르는 사이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나 관련 보고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관련 주장을 한 당시 캠프 관계자와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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