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전쟁에 미국 대선까지… 한국 경제 ‘시계제로’
미국 보호무역 강화 수출 비상
북한군 파병도 전쟁 확산 우려
대중 수출 의존에 미중 갈등 불씨
“커진 불확실성·변동성 대비해야”
우리나라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에 비해 0.1% 성장하는데 그치면서, 연간 성장률 목표(2.4~2.6%) 달성이 사실상 물건너간 가운데, 내년의 경제환경은 올해보다 더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리스크로는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보편관세 등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다. 만약 현실화되면 글로벌 교역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것도 미래를 불확실하게 하는 요소다. 이 사태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무기 지원 등으로 확산되면 전쟁의 불길이 사그라들기는커녕 확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같이 어두운 전망으로 내년 전세계 각국의 경제 성장세가 올해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최근 우리 금융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큰폭으로 오르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29일 정부와 경제계에 따르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보호무역주의가 지금보다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20% 보편관세, 중국산 60% 관세 부과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해리스 부통령도 바이든 정부 때 진행했던 핵심기술 수출 통제와 반도체 기업 자국 유치 등의 보호무역조치를 이어받을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트럼프의 고율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 세계 경제 규모가 0.8% 감소하고 2026년엔 글로벌 GDP가 1.3%나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장관은 25일 미국이 유럽연합(EU)에 보편관세 등을 내세워 무역전쟁을 시작하면 EU 역시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대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토마스 헬빙 IMF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무역 갈등 확대는 한국의 주요 하방 리스크”라면서 “미국 대선 이후 만약 미·중간 무역 갈등이 확대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중동사태가 장기화하면 유가 변동성 확대와 공급망 혼란뿐만 아니라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신흥국에서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자본조달 비용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상운임과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 압력이 다시 커지면 코로나 이후 몰아쳤던 물가상승이 다시 한번 밀려올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이 연말에 한차례 더 금리를 내리면서 고물가·고금리가 내년에는 해소되면서 경제가 순조롭게 연착륙한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내년 세계 경제 불안감이 더 커지는 모습”이라며 “이같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대해 비상대응체계를 통해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