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자흐스탄 초대 총영사 '직원 폭행' 피소… 한국 법원서 외국 공관 이례적 민사 소송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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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계약직 직원 폭행한 혐의
해당 영사는 6월에 본국으로 귀국한 듯
피해자 “금전보다 명예 회복 위해 제소”

부산 동구 초량동 주부산 카자흐스탄 총영사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 이우영 기자 verdad@ 부산 동구 초량동 주부산 카자흐스탄 총영사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 이우영 기자 verdad@

카자흐스탄 부산 총영사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카자흐스탄인 전 직원이 임기 만료로 이임한 전 총영사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부산 법원에 제기한 일이 알려졌다. 외국 공관에서 일어난 일이 한국 법원에서 민사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는 이례적이다. A 씨는 금전적 배상보다 명예 회복을 위해 소액의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지법 민사제24단독 문흥만 판사는 카자흐스탄 부산 총영사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한 직원 A 씨가 아얀 카샤바예프 전 카자흐스탄 부산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재판에 대한 변론기일을 29일 진행했다. A 씨가 지난해 12월 29일 소송을 제기했고, 이날 세 번째 변론기일이 열렸다. 문 판사는 전 총영사 측 변호인이 “준비 서면을 제출하겠다”고 요구하면서 다음 달 26일 제4차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외국 공관 총영사가 폭행 등으로 국내 법원을 통해 민사소송 대상이 된 일은 보기 드문 사례다.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43조에 따라 ‘영사 직무 수행 중 행한 행위는 접수국 사법 또는 행정 당국 관할권에 복종할 의무를 지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공무 과정에서 폭행한 게 인정되지 않으면 재판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12일 부산 동구 초량동 주부산 카자흐스탄 영사관에서 카샤바예프 전 총영사로부터 머리를 맞고, 사무실에서 끌려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당시 영사관 내 민원 접수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카샤바예프 전 총영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A 씨는)올바른 행정 업무를 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고, 동료들과 업무 갈등을 일으키는 행동을 했다’며 ‘본인이 폭행을 해 옷을 찢었다는 등 허위 사실을 만들어 국가적 망신을 주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A 씨는 올해 8월 경찰에도 카샤바예프 전 총영사를 고소했지만,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카샤바에프 전 총영사는 올해 6월 한국을 떠났다. 부산시는 카샤바예프 전 총영사는 2022년 5월 12일 부임한 초대 총영사로 올해 6월 17일 임기가 끝났으며, 이틀 뒤인 6월 19일 카자흐스탄 측으로부터 해당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초대 총영사는 폭행 사건 때문에 본국으로 소환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외교부가 올해 5월 해당 내용을 인지한 뒤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 측에 정보를 알렸고, 초대 총영사는 그 이후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갔다.

당시 외교부는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라 해당 사안을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외교사절담당관 관계자는 “당시 ‘영사관원은 영사 관계 협약에 따라 직무 수행 중에 행한 행위에 대해서만 특권 면제를 누린다’는 문구 등을 카자흐스탄 대사관 측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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