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바꾸는 에티켓] ‘예약도 약속’… 다른 사람 배려 책임의식 가져야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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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노쇼(No-Show·예약부도)

다른 고객 기회 빼앗는 얌체 행위
소비자·1인 가게 일방 취소 눈살
피해 속출해도 강경 대처 어려워

예약금 제도 도입하는 곳 늘어나
성숙한 문화 정착 촉구 여론 비등

#1. 주말 저녁, 부산진구의 한 고깃집. 손님들로 가득 찬 식당 속 두 테이블만 덩그러니 비어 있다. 빈 자리를 보고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테이블 위에 놓인 ‘예약석’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이날 끝끝내 예약석은 채워지지 않았다. 예약자를 기다리는 동안 돌아간 손님만 5~6팀. 식당 사장 김 모 씨는 전화기 너머로 예약자가 건네 온 “미안하다”는 짧은 사과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2. 부산에서 예약제 네일샵을 운영하는 박 모(36) 씨. 주말 아침부터 두 타임 연속으로 예약이 있어 손님을 기다렸지만, 예약한 손님은 오지 않는다. 예약 시간 20분이 넘어전화를 해보니 “예약한 것을 잊어버렸다”는 한 손님. 설상가상 다음 타임 예약 손님도 “급한 일정이 생겨 오늘 예약을 취소해야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박 씨는 “1인 샵의 경우는 노쇼가 치명적이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약금을 안 받았는데 노쇼가 점점 많아져 이제 예약금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쇼(No-Show·예약부도)’는 이제 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다. 노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피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경각심도 생겨났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노쇼는 자영업자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부산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전화 예약을 받고 미리 재료를 준비해 두는 경우가 많은데, 예약 취소가 생기면 힘이 빠진다”면서 “단골 위주로 장사를 하는 데다 가게 이미지도 중요하다 보니 노쇼에도 강경하게 대처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노쇼는 다른 고객의 기회를 빼앗는 행위이기도 하다. 특히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손님이 정해진 곳에서 노쇼를 할 경우, 그 시간에 해당 장소를 이용하고자 했던 다른 고객의 기회도 함께 사라진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 맛집 탐방을 즐기는 이 모(35) 씨는 “인기 있는 맛집의 경우엔 예약 잡기도 쉽지 않은데 간혹 노쇼가 생겼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을 때 특히 아쉽다”면서 “예약도 약속인데 예약에 대한 책임 의식이 더 생겨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쇼가 사회적 문제로도 대두되자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노쇼 피해 방지를 위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외식업 위약금 규정을 신설했다. 예약 시간 기준 1시간 이전에 취소하는 경우에는 예약 보증금을 환급할 수 있으나, 예약 1시간 이내에 예약을 취소하거나 노쇼를 할 경우에는 예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규정이다.

최근에는 앱을 통해 예약금을 받는 곳들도 늘고 있다. 네이버나 캐치테이블 등의 예약 플랫폼을 통해 예약금을 입금해야 예약이 되는 방식을 채택하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 예약 플랫폼의 경우 입점 업체의 절반가량이 예약금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플랫폼의 경우 2일 전 취소일 때는 100% 환불, 1일 전 취소 시에는 50% 환불, 당일 취소나 노쇼에 대해서는 환불을 하지 않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예약금 제도를 도입한 한 사장은 “예약금을 받고 나니 이전에 비해 노쇼 비율이 줄어들었다”고 귀띔했다.

노쇼가 꼭 소비자에게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특히 1인 가게가 급증하면서 사장이 노쇼를 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미용실이나 네일숍 등 시술을 예약했는데 예약한 시간에 업장이 문을 열지 않았다거나, 주문 제작 케이크를 예약했는데 약속 당일에 가게에서 일방적으로 취소를 하는 경우 등의 사례도 심심찮게 전해지고 있다.

노쇼 근절을 위해 예약 문화에 대한 성숙한 정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예약부터 해놓고 안 되면 취소하고 말지’라는 인식이 아직도 여전하다”라면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약을 취소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해 상호 간 합리적인 선에서 책임을 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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