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한국 경제 위협하는 ‘신 3고’
물가 상승 압박에 금리까지 영향
환율 1400원대 뛰며 원화 약세
통화 긴축 기조도 재점검할 듯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재등장으로 한국 거시 경제 3대 변수 ‘환율·금리·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재정 지출 확대, 보호무역주의 확산, 이민자 유입 축소 등 공약을 실행할 경우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가 뛰면서다.
특히 트럼프 재등장으로 미국 물가가 오르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중단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시장금리가 다시 오르며 기조적 달러 대비 원화 약세(가치 하락) 가능성도 커진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 어렵게 1%대까지 떨어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까지 다시 들썩일 수 있다. 달러 강세가 우리 지갑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자 환율은 1400원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실제 10일 오후 3시 현재 1399.50원까지 올라 1400원 선에 바싹 다가섰다. 금융 시장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원화 약세 가능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올해 연말에는 1430원까지 넘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미 재무부·미국무역대표부(USTR) 인사 결정 등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이 이어져 올해 말까지 1360∼1430원 범위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이 뛰면 달러 기준으로 같은 가격의 상품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들여와야 하는 만큼, 높아진 국내 수입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 한은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이달 7일 경상수지 브리핑에서 “환율이 많이 오르면 원유 등 원자재 수입액이 늘어 경상수지나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올해 하반기 통화 긴축 기조 역시 트럼프 재선으로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채 1년도 이어지지 않고 일찍 끝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서 3년 2개월 만에 통화 정책 방향을 긴축에서 완화로 튼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은이 금리를 쉽게 낮출 수 없다는 말이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