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밀집 부울경 원전엔 오늘도 핵폐기물이 쌓여만 간다 [부산 핵심 현안 점검]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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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핵심 현안 점검] 5. 고준위특별법 제정

관련 업계까지 제정 촉구 나서도
에너지법 연계돼 다음 회기 이월
여야 정쟁에 연내 처리도 불투명
적기 놓쳤어도 더 이상 지연 안 돼

부산지역 탈핵 관련 시민단체가 벌인 고준위 핵폐기물 방치 비판 플래시몹 장면. 부산일보DB 부산지역 탈핵 관련 시민단체가 벌인 고준위 핵폐기물 방치 비판 플래시몹 장면. 부산일보DB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핵폐기물) 영구저장시설 마련 근거를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이 21대에 이어 올해 출범한 22대 국회에서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 모두 고준위 특별법 처리의 시급성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대치 정국이 이어지면서 먹구름이 드리운 모습이다.


고준위 특별법은 사용 후 핵연료의 저장 시설 조성, 용지 선정 절차, 저장 용량 등을 정하는 법률이다. 21대에서 폐기된 고준위 특별법은 정동만(부산 기장) 외에 김석기(경북 경주), 이인선(대구 수성을), 김성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4명과 김성환(서울 노원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했다.

정기국회 종료를 보름여 앞둔 지난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고준위 특별법 논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통과 가능성도 엿보였다. 그러나 법안소위는 결과를 매듭짓지 못하고 다음 회의로 처리를 미뤘다. 여야 모두 고준위 특별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해상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해상풍력 특별법)과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 다른 에너지 관련 법안과 연계한 처리를 야권에서 주장하면서 또다시 평행선을 달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까닭에 다음 회의 일정이 잡히더라도 고준위 특별법 처리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상병 국정조사 등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여야가 28일 본회의에서는 양곡관리법을 놓고도 대치하면서 더욱 암담한 상황이다. 여야가 계속해서 갈등을 빚을 경우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원내에서도 쟁점 법안을 두고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며 “고준위 특별법 같은 민생 법안들도 양 당의 날 선 대립에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사이 고준위 방폐물의 포화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고준위 방폐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각 원전에 딸려 있는 습·건식 저장시설에 임시로 보관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습식저장조는 오는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차례로 포화 상태에 이르는데 △한울 2031년 △고리 2032년 △신월성 2042년 △새울 2066년 순으로 도래한다.

이에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인 부산·울산·경남뿐 아니라 원자력 업계에서도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422개 원자력 회원사로 이뤄진 단체인 한국원자력산업협회는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원전의 안정적인 운영은 물론, 국내 원전의 해외 수출을 위해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고준위 특별법이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 조차 넘지 못하면서 22대 국회 원구성 당시 논란이 된 특정 상임위 쏠림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 의원 18명 중 산자위 소속은 0명이다. 고준위 특별법 대표 발의자인 정동만 의원 외에 사실상 해당 문제를 챙길 의원이 전무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정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정 의원은 “고준위 방폐물 포화 문제는 기장을 넘어 부울경 전체가 모두 나서서 해결해야하는 것”이라며 “상임위는 비록 다르지만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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