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김해 고인돌 복원 무산 위기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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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문화유산위, 현상 변경안 ‘조건부 가결’
“유적 내 우수저장소 기단부 밖 이전해야”
난해한 공사에 기존 시공사 포기 고민 중
시, 시공사 협의·사업비 확보로 난항 예상
우수저장소 설치 두고 법적 분쟁 가능성도
주민 “미관상 문제, 역사공원 속도 내주길”

김해 구산동 지석묘 정비 관련 현상변경 허가가 경남도 문화유산위원회에서 ‘조건부 가결’로 결정나면서 김해시가 유적 복원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경민 기자 김해 구산동 지석묘 정비 관련 현상변경 허가가 경남도 문화유산위원회에서 ‘조건부 가결’로 결정나면서 김해시가 유적 복원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경민 기자

정비 공사 중 훼손돼 논란을 빚은 세계 최대 규모의 김해 고인돌이 발굴을 끝내고 복원을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과거 설치한 우수저장소가 유적을 침범한 게 문제가 됐는데 시공사는 지반이 밀린 탓이라고 주장한다. 법적 분쟁 가능성도 있어 장기화가 우려된다.

1일 경남도와 김해시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는 지난 10월 말 열린 회의에서 김해시가 신청한 ‘김해 구산동 지석묘 정비 관련 현상변경 허가사항 변경·설계승인’을 조건부 가결했다. 위원들은 우수저장소를 유적 안에 두는 것은 맞지 않다며 기단부 바깥으로 이전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김해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훼손 논란 전 기울어진 지면 아래쪽에 지석묘가 있어 빗물 등을 퍼내는 펌핑 시설을 설치했다. 이 시설이 박석(얇고 넓적한 돌) 구간을 침범하니 옮기라는 것”이라며 “기존 시설을 둔 상태로 복원 계획을 세웠던 터라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펌핑 시설이 크레인으로 옮길 수 없을 만큼 크고 무거워서 깨부숴 들어내고 새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상보다 난해한 공사에 기존 시공사는 사업 포기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비가 늘어 예산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다.

시가 지난해 문화유산위원회에 낸 심의안에는 구산동 1079 일대 4660.1㎡에 8억 6350만 원을 투입해 ‘김해 구산동 지석묘 정비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설공사, 유구 복원, 토·우수 공사, 구조물 공사, 포장·부대 공사, 조경공사 등이 포함됐다.

김해시는 당초 올 연말 복원을 끝내고 이곳에 역사공원을 조성해 지석묘를 대중에 공개하려고 했지만, 이번 일로 향후 일정은 불투명해졌다. 기존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면 다시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야 하고 새 업체가 업무를 파악하려면 수개월 더 소요될 전망이다.

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기존 시공사와 공사 지속 여부를 협의 중이다. 공기도 단축할 수 있고 단가를 현재 기준으로 다시 산정하지 않아도 돼 공사비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라며 “사실 변수가 많다. 펌핑 시설이 박석을 침범한 데 따른 책임 소재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존 시공사 측은 당초에 유적 내 설치하지 않았는데 지반이 밀려서 그렇게 됐다고 주장한다”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면 복원 사업은 더 지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 대상지는 발굴이 끝난 상태로 현재는 박석만 옆으로 들어내 놓은 채 방치돼 있다. 역사공원이 조성되길 기다리는 인근 주민들은 종종 시에 복원 근황을 묻는 민원을 넣는다.

인근 아파트 주민 황인성(43) 씨는 “도심에 흙이 파헤쳐진 채 드러나 있으니 미관상 좋지 않다”며 “금방 복원되고 공원이 들어설 것 같았는데, 자꾸만 지연되는 느낌이다. 어디에서도 진행 상황을 알려주지 않으니 더 궁금하고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김해 구산동 지석묘는 2006년 김해 구산동 택지지구개발사업 추진 중 확인된 유적이다. 상석 무게가 350t, 묘역 시설 규모가 1615㎡로 세계에서 가장 큰 고인돌로 추정된다. 지난해 5월 발굴 조사 결과 이곳에서 지석묘 축조 전에 살았던 청동기시대 사람들의 흔적이 확인됐다.

2022년 8월 김해시는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지정을 위한 정비사업 추진 중 무단으로 유적을 훼손한 사실이 파악돼 문화재청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이후 도 감사위원회는 현상변경 허가 기간이 끝났는데도 박석을 해체해 이동시켰고 허가 없이 매장문화재 묘역을 훼손했다고 봤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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