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야들아, 사라져가는 경상의 말 단디 지키라”
■경상의 말들/권영란,조경국
그 말을 듣다 보니 잊은 줄도 몰랐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어렸을 때 서울 아이가 전학이라도 오면 “서울내기 다마내기”라며 놀려댔다. 그랬던 우리가 언제부터인가 경상도 안에서도 사투리를 덜 쓰는 사람이 더 교양 있는 사람이라 여기게 됐다. 유신정권 시절엔 국어순화운동, 표준말 쓰기를 전국적으로 장려했다. 경상도 출신 작가라 해서 경상도 말을 일부러 쓰지는 않았고, 경상도 지역 출판사라고 해서 경상도 말을 특별히 가치 있게 다루지도 않았다.
경상도 말에 대한 편견도 컸다. 경상도 남자는 집에 오면 딱 세 마디만 한다는 이야기가 한때 유행했다. “밥 도”, “아는?”, “자자.” 경상도 남자는 소통이 어렵고 타인과의 관계에 매우 서툴러 일방적이고 권위적이라는 인식이 깔린 말이었다. 지역균형발전을 외치고, 지역소멸을 걱정하면서도 지역의 말, 토박이말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최백호는 “봄날이 오면은 뭐하노 그쟈/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라고 노래했다. ‘그쟈’는 ‘그렇지’라는 뜻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공감을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 있다.
욕 보이소, 접때맹키로, 단디해라, 쇳대, 주디 꼬매삔다, 끌베이가?, 니 어제 아레 뭐했노?,영~파이다…. <경상의 말들>을 보고 입에 올리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시인 박목월은 “경상도 사투리에는 약간 풀 냄새, 이슬 냄새, 입안이 마르는 활토 흙 타는 냄새가 난다”고 했다. 대체로 사투리는 1950년 이전 출생한, 정규 교육의 기회가 부족했던 여성 노인의 입말에 가장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책은 “할매예, 할매 없으모는 인자 할매 말도 없어질건디 우짜꼬예”라고 우리에게 묻는다. 할매는 “만다꼬 그리 할끼고?”라고 물은 뒤 “단디해라”고 답하지 않을까. 권영란,조경국 지음/유유/218쪽/1만 4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