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동반 부진 가능성”… ‘L자형’ 장기 불황 올라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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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 3일 동향 보고서
경기 저점 안 보이고 하강 국면
반도체 제외한 대외무역도 저조
“국내 소비 진작으로 반등 발판”

지난달 29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내수 회복을 통한 반전을 만들어내지 않을 경우 장기 불황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수출의 성장 견인력이 위축하면서 경제 전반의 활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노믹스 2.0’ 발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인해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되고, 수출 경기를 지탱하던 반도체가 주춤할 경우 경제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로 비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일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를 통해 “향후 한국 경제는 대내외 리스크(위험) 요인들이 현실화하기 전에 수출 성장 견인력 감소의 영향을 내수 회복으로 상쇄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내수 회복의 모멘텀(동인·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위험 요인들이 현실화하면서 수출 경기가 경착륙하는데 내수 부양 모멘텀마저 없는 경우에는 장기간 불황 국면이 지속되는 ‘L’자형 장기 불황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했다.

L자형 경기침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불황이라고도 불리는 L자형 경기침체는 경제가 크게 후퇴하고서도 몇 년 동안이나 이전의 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1990년대 일본의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 L자형 경기침체의 교과서적 사례이다.

연구원의 판단은 현재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평가가 작용했다. 연구원은 “동행지수(현재 경기 지표) 상 경기 저점을 확인할 수 없는 하강 국면이 지속 중이며, 나아가 선행지수(향후 경기 판단 지표)는 경기 하강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올해 초보다 상황이 더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진단이 나온 셈이다. 연구원은 올해 초 보고서(2월)에서는 “올해 한국 경제는 경기 저점을 지나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와 건설 투자 부진에도 수출 회복으로 생산과 설비투자가 되살아나는 당시 상황을 기반으로 한 예측이었다. 9개월 만에 경기 전반의 분위기를 부정적인 기류로 읽은 셈이다.

3개월 전 낸 3분기 보고서와 비교해도 상황이 나빠졌다고 봤다. 연구원은 3분기에는 “내수 불황 속 수출 회복에 기대어 미약한 성장력을 유지하는 불안한 국면에 위치하고 있다”며 수출 회복에도 내수가 살아나고 있지 않다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내수와 수출의 경제 성장 견인력이 동반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 수출은 2023년 10월 증가세로 전환된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11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4.6% 감소할 정도로 반도체가 전체 수출 경기를 견인 중이나, 11월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전년동월대비 30.8%)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최근 우려되는 내수 부진 고착화와 수출 경기 하강 가능성에 대응하려면 내수 부문의 자체적 경기 반등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내수 경기 활성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글로벌 교역 환경 악화와 미국의 통화·재정 정책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급증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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