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으로 쪼개진 국민의힘…'친한계' 중심 재편 관측
친윤계,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 불참
한동훈·추경호 다른 지시에 갈라진 여당
향후 국민의힘 친한계 중심 재편 불가피
한동훈, 용산과 확실한 대립각
"'친윤' 가라앉고 '친한' 부상"
윤석열 대통령의 섣부른 비상계엄 선포에 정국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갔다. 계엄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해 무방비 상태로 흩어진 집권여당, 국민의힘도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향후 여당은 친한(친한동훈)계 중심으로 재편되고, 친윤(친윤석열)계 입지는 급격하게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국회 '새벽 본회의' 참석을 두고 국민의힘은 둘로 쪼개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으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여의도 당사로 의원 집결 지시를 내리면서다. 이에 의원들은 우왕좌왕하면서 일부는 본회의장으로, 일부는 여의도 당사로 모였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의원 18명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석, 찬성표를 던졌다. 한 대표 지시에 따라 본회의장으로 모인 이들 대부분은 친한계 성향으로 분류된다. 반면 친윤계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표결에 불참한 상당수 의원들은 본회의 시점에 여의도 당사에 있었다. 추 원내대표의 경우 국회 본청에 있었지만, 표결에는 불참했다. 이에 친한계 일각에서는 친윤계 중심의 원내 지도부가 결의안 가결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품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구상이 6시간 만에 막을 내리면서 향후 국민의힘은 친한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한 대표가 "국민과 함께 계엄을 막아서겠다", "반헌법적인 계엄 선포" 발언 등 윤 대통령과 정면충돌하면서 여론에 따라 한 대표의 리더십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에서다.
추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내 친윤 의원들의 입지는 보다 좁아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국민 트라우마를 자극한 데다, 이 과정에서 친윤계가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불참하는 등 윤 대통령과 궤를 같이하면서다.
한 대표는 그간 당내 구심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따라왔는데, 여론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 대표의 목소리와 행보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크다. 한 여권 관계자는 "친윤계가 가라앉을수록 친한계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며 "친윤계는 '한밤 중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민 여론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은 이 참담한 상황에 대해 직접 소상히 설명하고 국방부장관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에 더욱 각을 세우면서 용산과 확실한 거리두기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계엄을 건의한 국방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는 등 책임 있는 모든 관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한 대표는 "오늘의 참담한 상황에 대해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또 "경제적·외교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집권 여당으로서 할 일을 하겠다"며 "이런 상황이 벌어진 전말에 대해 상세히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